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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 영국 문인이 길에서 돌을 발로 차며 외쳤어요.
이게 그가 버클리를 반박한 방식의 전부였어요.
새뮤얼 존슨은 영어사전을 세계 최초로 혼자 집필한 사람이에요.
그 시대 영국에서 "가장 박식한 사람"으로 손꼽혔죠.
그런 그가 1763년 산책 중 큰 돌을 발로 걷어차며 동행에게 선언했어요.
"이렇게 버클리를 반박한다!"
동행자 제임스 보즈웰이 이 장면을 기록했어요.
그 기록이 2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일화에는 반전이 있어요.
버클리는 자기 책 안에서 이미 "누군가 돌을 발로 찰 것"이라는 반론을 예상하고 미리 반박해 두었어요.
존슨은 적을 논파했다고 생각했지만, 버클리가 수십 년 전에 쳐 놓은 그물 위를 걷고 있었던 거예요.
친구가 "이 컵은 사실 존재하지 않아"라고 말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 컵을 책상에 쾅 내려치잖아요.
존슨이 한 것도 정확히 그거였어요.
그리고 버클리는 그 반응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가 물질을 부정한 것은 신앙을 버려서가 아니었어요.
신앙을 구하려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었어요.
1710년, 25세의 버클리는 『인간 지식의 원리론』을 출간하며 이렇게 선언했어요.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라틴어로 "esse est percipi", 이 한 문장이 이후 서양 철학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버클리의 주장은 이거예요.
사과를 볼 때 우리가 경험하는 건 빨간 색깔, 달콤한 냄새, 매끈한 감촉이에요.
그것들을 다 걷어내고 나면, "사과 자체"라는 물질은 어디에도 없어요.
꿈속에서도 색이 있고, 소리가 있고, 무게가 있어요.
그러나 꿈속 사과를 손에 쥘 때 거기 있는 '물질'은 없잖아요.
버클리는 물었어요. "깨어있는 세계라고 본질적으로 다를까요?"
그런데 여기서 그의 진짜 의도가 드러나요.
아무도 보지 않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그 나무는 계속 존재하고 있을까요?
버클리의 답은 "예, 존재합니다. 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보고 있으니까요."
물질 없이도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신이 쉬지 않고 지각하기 때문이에요.
신이 지각하는 한, 아무도 없는 방 안의 의자도 사라지지 않아요.
버클리에게 이건 신앙이자 논리였어요.

물질의 존재를 부정한 철학자가 신대륙에 대학을 세우려 3년을 기다렸어요.
1728년, 버클리는 결혼 직후 신부를 데리고 대서양을 건넜어요.
버뮤다에 식민지 청년과 원주민을 위한 대학을 세우겠다는 계획이었어요.
영국 의회는 그 사업을 위해 2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약속했어요.
지금으로 치면 수십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이에요.
버클리는 그 약속을 믿고 아내와 함께 배에 올랐어요.
버뮤다로 가는 항로가 험해 일단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 뉴포트에 자리를 잡았어요.
농장을 사고, 설교를 하고, 현지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자금이 도착하길 기다렸어요.
그렇게 3년이 흘렀어요.
하지만 돈은 끝내 오지 않았어요.
영국 정부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버클리는 결국 빈손으로 귀국했어요.
그리고 사둔 농장과 직접 들고 간 장서 전부를 예일대에 기증했어요. 예일대는 당시 미국 동부에 갓 문을 연 신생 대학이었어요.
크라우드펀딩을 믿고 회사를 그만두고 비행기 표까지 끊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후원금이 끊긴 사람의 막막함과 정확히 같은 상황이에요.
반전은 따로 있어요.
"물질은 없다"고 주장한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사람을 모으려 했어요.
철학과 삶이 이렇게 따로 노는 사람이 또 있었을까요.
버클리가 평생 가장 많이 판 책은 철학서가 아니었어요.
송진을 우린 물이 만병통치라고 주장한 의학서였어요.
1744년, 클로인 주교로 재직 중이던 노년의 버클리는 『시리스』를 출간했어요.
클로인은 아일랜드의 작은 도시인데, 그는 거기서 주교로 지역 신자들을 돌보고 있었어요.
『시리스』의 내용은 이랬어요.
소나무 수지를 물에 우려 만든 "타르 물"이 천연두, 괴혈병,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소나무 추출물 음료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주장이었어요.
이 책은 그의 철학서 전부를 합친 것보다 빠르게 팔렸어요.
영국 약방에는 타르 물 병이 줄 세워졌고, 사람들은 마시려고 줄을 섰어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가 말년에 갑자기 "디톡스 음료 백서"를 펴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격이에요.
그런데 『시리스』에는 반전이 또 하나 있어요.
약리학 설명으로 가득했던 책의 후반부에서, 버클리는 슬그머니 신과 정신과 관념을 논하기 시작해요.
타르 물에서 출발해, 결국 자기 평생의 주제로 되돌아온 거예요.
관념론이란 세상의 진짜 실체는 물질이 아니라 마음과 인식이라는 철학이에요.
버클리는 평생 그 생각 하나를 붙들고, 약병 뒤에도 미국 농장 뒤에도 끝끝내 숨겨 두었어요.
결국 존슨의 돌 차기는 25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그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존슨이 아니라 버클리예요.
물질을 부정한 사람이 이렇게 오래 남는다는 게, 뭔가를 말해주는 것 같지 않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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