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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안티스테네스는 한때 아테네에서 가장 비싼 수사학 수업을 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어느 날부터 외투 한 벌 외에는 아무것도 갖지 않았다.
그의 원래 스승은 고르기아스였다.
고르기아스는 당시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웅변 강사로, 오늘날로 치면 수십만 원짜리 스피치 코칭을 파는 스타 강연자였다.
안티스테네스는 그 밑에서 배운 뒤 자기도 수업료를 받으며 학생을 가르쳤다.
그러다 소크라테스를 만났다.
그 이후부터 그는 매일 아테네 도심에서 약 8km 떨어진 페이라이에우스 항구까지 걸어가 스승을 찾아갔다.
매일 왕복 16km를 걷는다는 건, 오늘날로 치면 퇴근 후 매일 마라톤 반환점까지 달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마침내 그는 모든 재산을 버리고, 찢어진 외투 한 벌인 트리본만 걸친 채 살기 시작했다.
말로 돈을 벌던 사람이 말 대신 헐벗음 그 자체를 가르침으로 삼은 것이다.

가난을 자랑하는 사람은 이미 가난하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제자의 누더기에서 그 사실을 정확히 짚어냈다.
어느 날 안티스테네스가 일부러 찢어진 외투의 구멍이 밖으로 보이도록 걸치고 스승 앞에 나타났다.
소크라테스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자네 외투의 구멍 사이로 자네 허영심이 보이네."
이 일화를 전한 사람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생애를 기록한 전기 작가로, 오늘날 우리가 그 시대 철학자들에 대해 아는 것의 상당 부분이 그의 책 《철학자 열전》에서 나온다.
소크라테스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일부러 낡은 옷을 입고 "나는 미니멀리스트야"라고 SNS에 올리는 사람, 그 사람의 진짜 목적은 소박함이 아니라 주목이다.
가난조차 과시하면 또 다른 사치가 된다.
안티스테네스는 그 말을 새겼을까, 아니면 발끈했을까.
기록은 그 이후를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평생 스승을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답을 대신한다.

안티스테네스는 아테네 시민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자 그는 시민이 모이는 곳을 피해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는 트라키아 출신 외국인이었다.
트라키아는 오늘날의 불가리아와 그리스 북동부 일대로, 아테네 사람들에게는 변방의 야만 지역으로 여겨졌다.
"너는 순수한 아테네인이 아니다"라는 조롱을 들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신들의 어머니 키벨레도 외국인이었다."
키벨레는 소아시아 프리기아 지방에서 숭배된 대지의 여신으로, 당시 아테네 시민들도 널리 받들던 신이었다.
"외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게 부끄러운 일이라면, 당신들이 숭배하는 신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라는 반격이었다.
그는 아테네 시민들이 운동하던 장소 대신 키노사르게스 김나지움을 택해 가르쳤다.
이곳은 시민권이 없는 이들, 즉 아테네의 아웃사이더들이 모이던 운동장이었다.
견유(犬儒) 학파라는 이름이 바로 이 김나지움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견유는 '개 같은 삶을 사는 철학자들'이라는 뜻이다.
키노사르게스(Kynosarges)의 '키노스(kynos)'는 그리스어로 '개'를 의미한다.
차별이 그를 쫓아낸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학파 이름으로 새겨졌다.

안티스테네스는 디오게네스를 받지 않으려고 그를 때렸다.
그 매가 결국 견유학파를 완성했다.
디오게네스는 나중에 커다란 항아리 속에서 살며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이나 비켜달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다.
처음에 안티스테네스는 이 사람을 제자로 받기를 거절했다.
심지어 지팡이로 때리기까지 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때려라. 당신 입에서 가르칠 만한 말이 나오는 한, 어떤 막대기도 나를 쫓아내지 못한다."
안티스테네스는 결국 그를 받아들였다.
외투 한 벌이라는 안티스테네스의 철학은 디오게네스의 손에서 "아예 항아리 속에서 살기"로 더 극단적으로 완성됐다.
그 흐름은 훗날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 제논에게 이어졌다.
스토아 학파는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이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철학으로, 수백 년 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영향을 미쳤다.
거절당한 제자가 스승의 사상을 완성하고, 그 사상이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의 서재에 들어갔다.
그 시작은 안티스테네스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가 결국 내려놓은 그 순간이었다.
그는 그때 자신이 무엇을 시작하는지 알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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