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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571년 2월 28일, 자기 생일에 몽테뉴는 짐을 싸서 탑에 올라갔다.
그리고 내려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그는 보르도 고등법원의 법관이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잘나가는 30대 후반 판사가 어느 날 사표를 던지고 집 다락방에 틀어박힌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당시 법관직은 돈을 주고 사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걸 포기한다는 건 사회적 자살에 가까운 선택이었어요.
몽테뉴가 들어간 곳은 페리고르 영지의 원형 탑 3층 서재였어요.
그는 천장 들보에 라틴어와 그리스어 잠언 57개를 직접 새겼습니다.
그 밑에는 이렇게 못을 박았어요.
"여기서 여생을 보낸다."
그런데 이 은둔이 역사를 바꿨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들어간 탑에서, 그는 세상에 없던 글쓰기 형식을 발명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에세이'라고 부르는 장르가 바로 이 탑 안에서 태어났어요.

몽테뉴가 자신에 대해 끝없이 쓴 건, 들어줄 사람이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에요.
1563년 8월, 동료 법관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에티엔 드 라 보에티가 흑사병으로 32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라 보에티는 "왜 사람들은 스스로 복종을 선택하는가"를 파고든 『자발적 복종론』의 저자로, 당시 몽테뉴와 4년간의 깊은 우정을 나눈 사상가였어요.
몽테뉴는 닷새 동안 그의 임종을 지키며,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들을 손으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리고 훗날 몽테뉴는 이렇게 썼어요.
"왜 그를 사랑했는지 묻는다면, 그가 그였기 때문이고 내가 나였기 때문이야."
설명도, 이유도 없는 문장.
그냥 그 사람이었기 때문에.
결국 4년의 우정이 평생의 글쓰기 동기가 됐습니다.
수상록은 추상적인 철학서가 아니에요.
사라진 한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30년 동안 써내려간 편지에 가깝습니다.
몽테뉴는 자기 신장결석의 통증을 책의 한 챕터로 만들었어요.
1580년에 출간한 『에세』(Essais)는 제목 자체가 "시도들"이라는 뜻입니다.
그 시도의 내용이 놀라운데, 자기 식사 습관, 잠버릇, 성기능 쇠퇴, 죽음의 공포까지 1인칭으로 직접 기록했어요.
16세기 귀족이 자기 신체를 활자로 공개한다는 건 당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몽테뉴는 책 머리말에 이렇게 선언했어요.
"여기 그려진 사람은 나 자신이야."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자기를 통째로 보여주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가 평생 붙들었던 질문은 딱 하나였어요.
"나는 무엇을 아는가?" 프랑스어로 "Que sais-je?"
이 질문을 그는 철학책이 아니라 자기 몸에서 출발시켰습니다.
신장결석 통증 앞에서는 어떤 철학 이론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는 몸으로 직접 배웠어요.
그래서 그는 몸을 썼습니다.
내가 내 몸조차 제대로 모르는데, 세상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종교가 사람을 죽이던 시대에, 몽테뉴는 자기조차 의심하는 사람이라 양쪽 모두를 살릴 수 있었어요.
1580년대 프랑스는 가톨릭과 위그노가 학살을 주고받는 내전 상태였습니다.
위그노는 프랑스의 신교도, 즉 개신교 신자들로, 가톨릭 세력과 수십 년간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싸웠어요.
마을 단위로 사람들이 죽어나갔습니다.
몽테뉴는 1581년부터 1585년까지 보르도 시장을 지냈어요.
그런데 이 혼란 속에서, 그는 거의 유일하게 양 진영 모두에게 신뢰받는 인물이 됐습니다.
가톨릭 국왕 앙리 3세와 신교도 지도자 앙리 드 나바르, 훗날 앙리 4세가 되는 인물, 양쪽 사이를 그가 오가며 중재했어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모두가 "내가 옳고 상대는 틀렸다"고 확신에 차서 서로를 죽이던 시대에, 몽테뉴는 "나는 내가 옳은지도 모르겠다"고 글을 쓴 사람이었어요.
자기 의심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사람은, 양쪽 어느 진영도 경계하지 않거든요.
결국 그의 에세이는 사후 1676년 교황청 금서목록에 올랐어요.
"진리를 그 누구도 완전히 독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당시 권력자들에게는 불온했던 거죠.
그가 탑에서 혼자 적었던 이 의심이, 그 시대에는 위험했고, 지금 이 시대에는 상식이 됐습니다.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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