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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24세에 유럽 명문대 교수가 된 남자가 10년 뒤 자기 발로 사표를 냈다.
그의 짐가방에는 원고 뭉치와 약병만 있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1869년, 스물네 살에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용됐다.
고전문헌학이란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문헌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바젤 대학은 니체가 박사 학위조차 받기 전에 그를 교수로 불러들였다.
오늘날로 치면 20대 중반에 SKY 교수 제안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자 편두통과 시력 저하가 그를 무너뜨렸다.
두통은 며칠씩 이어졌고, 눈은 점점 침침해졌다.
결국 34세에 그는 가장 안정된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 이후가 반전이다.
니체는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의 싸구려 하숙방을 10년간 떠돌며 글을 썼다.
연금은 바젤 대학이 주는 소액이 전부였고, 날마다 두통약을 삼키며 산책했다.
그리고 바로 그 방랑의 시기에, 역사를 바꾼 저작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1885년, 니체는 자기 책 40권을 직접 포장해 지인들에게 보냈다.
답장은 거의 오지 않았다.
이 책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다.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 차라투스트라를 화자로 내세운 철학 서사시인데, 니체가 자비로 출판한 이 작품의 4부는 겨우 40부만 인쇄됐다.
당대 서평은 거의 없었고, 판매 부수는 처참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3인 채로 1년이 지난 기분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런데 그 영상이 사후에 억 단위 조회수를 기록한 셈이다.
이 책에서 '위버멘쉬', 즉 초인 개념이 처음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초인이란 신이 사라진 세계에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며 사는 인간이다.
신에게 기대 살던 인간이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인간이다.
'영원회귀'라는 개념도 여기서 나왔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당신은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교훈이라기보다는 목에 겨누는 칼날에 가까웠다.
아무도 읽지 않는 책 속에서, 니체는 20세기 철학과 심리학과 문학의 밑바닥을 다시 파고 있었다.

그 문장을 외친 건 니체가 아니었다.
대낮에 등불을 든 광인이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저 웃기만 했다.
『즐거운 학문』(1882)이라는 책의 125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한 광인이 대낮에 등불을 켜고 시장 광장에 나타나 소리친다. "신이 어디 갔냐! 내가 말해주겠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
그러자 군중은 웃었다. 신을 이미 믿지 않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핵심이다.
니체는 신의 죽음을 축하한 것이 아니라, 경고한 것이다.
신이라는 도덕적 토대가 사라진 뒤 유럽 문명이 허무주의로 무너질 것을 두려워했다.
건물의 기둥을 뽑아놓고 "해방이다!"라고 외치는 사람에게 "지붕이 무너질 텐데"라고 말한 사람이 니체다.
사람들은 신을 버렸지만, 신이 떠받치던 가치 체계를 어떻게 할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니체는 그 침묵이 무서웠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신론 문장은 실은 무신론자들을 향한 경고였다.

1889년 1월 3일, 니체는 토리노 거리에서 채찍질당하는 말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것이 그가 제정신으로 한 마지막 행동이었다.
그날 이후 니체는 정신붕괴 상태가 됐고, 이후 11년을 어머니와 여동생의 간호 아래 보냈다.
반박도, 설명도, 수정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여동생 엘리자베트 푀르스터니체였다.
엘리자베트는 반유대주의자인 남편의 사상을 지지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니체는 살아생전 반유대주의를 격렬히 비판했다.
남매였지만, 사상적으로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엘리자베트는 니체의 미출간 유고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고 왜곡했다.
그 조작된 판본이 훗날 나치 이데올로기에 이용됐다.
'초인'을 발명한 남자의 사상이, 그가 가장 경멸했던 사상의 도구가 된 것이다.
토리노 거리에서 말 한 마리의 고통에 무너진 사람이 초인을 썼다.
그리고 그가 쓴 말들은, 그가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소 세상에 퍼졌다.
니체가 다시 깨어났다면, 자신의 이름으로 유통된 그 사상을 보고 뭐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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