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동물해방부터 어머니의 치매까지 공리주의자의 딜레마
도살장에 한 번도 간 적 없는 남자가 고기 산업을 무너뜨렸다
피터 싱어는 농장에 가본 적도 없었다.
그저 점심 식탁에서 질문 하나를 던졌을 뿐인데, 그 질문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흔들었다.
1970년대 초, 싱어는 옥스퍼드 대학원생이었다.
어느 날 채식주의자 친구와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친구가 고기를 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싱어는 그 자리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서도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우리는 개의 고통은 신경 쓰면서, 돼지의 고통은 외면하는 걸까?"
1975년 그가 펴낸 《동물 해방》은 세상에 충격을 줬다.
동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이므로 도덕적 고려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책은 전 세계 채식·비건 운동과 동물권 관련 법안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싱어는 사실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는 말 자체를 거부하는 철학자다.
권리가 아니라 '고통의 총량'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는 공리주의자가 동물권 운동의 아버지가 된 셈이다. 공리주의란 쉽게 말해, 가장 많은 존재에게 가장 적은 고통을 주는 선택이 곧 옳은 선택이라는 철학이다.
월급의 절반을 기부하면서 세상에 '더 내놓으라'고 요구한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