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스승의 이름을 지운 철학자의 진실
헌정사에 적힌 스승의 이름이 어느 날 사라졌다
1927년, 그 책의 첫 페이지에는 스승의 이름이 있었다.
1941년, 같은 페이지는 비어 있었다.
마르틴 하이데거의 대표작 『존재와 시간』은 20세기 철학의 판도를 바꾼 책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첫 장에는 스승 에드문트 후설에 대한 헌정사가 적혀 있었다.
후설은 단순한 스승이 아니었다.
하이데거가 철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접 길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존재와 시간』 자체가 후설의 연구 방법론 위에서 탄생한 책이다.
그런데 1941년, 나치 정권 치하에서 개정판이 나오면서 헌정사가 사라졌다.
후설은 유대인이었고, 이미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강제로 쫓겨난 상태였다.
하이데거는 총장 재임 시절 후설이 대학 도서관에 출입하는 것조차 금지시켰다.
졸업논문 지도교수의 이름을 감사의 글에서 지우는 것과 같다.
그것도 교수가 해고당한 직후에.
자신의 철학적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해준 사람의 이름을, 그가 가장 취약해진 순간에 지운 것이다.
'본래적으로 살라'고 가르친 사람이 나치 완장을 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