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에르되시: 집 없이 1525편 논문 쓴 방랑 수학자 이야기
집 열쇠도 없던 남자가 수학 역사상 가장 많은 공저자를 가졌다
초인종이 울리면 문 앞에 낡은 가방을 든 노인이 서 있었어요.
그가 하는 인사는 언제나 같았어요.
"내 뇌는 열려 있다."
폴 에르되시(Paul Erdős)는 헝가리 출신의 수학자예요.
평생 집도 없고, 차도 없고, 고정된 교수직도 없었어요.
가방 하나와 반쯤 빈 여행 가방, 그게 그의 전 재산이었어요.
카페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프리랜서를 떠올려 보세요.
에르되시는 그 생활을 60년간, 전 세계 규모로 했어요.
그가 '사무실'로 쓴 곳은 동료 수학자의 집 거실이었어요.
그런데 놀라운 건 바로 여기서 나와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이 사람이, 수학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과 함께 논문을 썼거든요.
공동 작업한 수학자가 무려 509명이고,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았어요.
그의 이름은 학술 문화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냈어요.
에르되시 수(Erdős number)라는 게 있는데, 에르되시와 몇 단계를 거쳐 연결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예요.
에르되시와 직접 논문을 쓰면 1번, 그 사람과 함께 쓴 사람은 2번, 이런 식으로 수학계 전체가 그를 중심으로 연결돼요.
집 열쇠 하나 갖지 않은 사람이 만든 네트워크예요.
아무것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곳에 있을 수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