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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831년, 토크빌이 미국으로 떠난 공식 임무는 감옥 연구였어요.
정작 그가 쓴 책은 감옥과 거의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해 5월, 25세의 청년 알렉시 드 토크빌은 친구 귀스타브 드 보몽과 함께 르아브르 항구에서 미국행 배에 올랐어요.
손에 든 건 프랑스 정부가 발급한 출장 명령서였고, 명목상 임무는 '미국 교도소 시스템 조사'였습니다.
그들은 2년 뒤 감옥 보고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만족했어요.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처음부터 다른 곳에 있었어요.
그가 정말 알고 싶었던 건 단 하나였거든요.
"평등이 실현된 사회에서, 인간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오늘날로 치면 회사 출장비로 해외에 다녀왔는데, 사실은 전혀 다른 책을 쓰려고 간 경우와 같아요.
출장이라는 껍데기 안에 전혀 다른 목적이 숨어 있었습니다.

토크빌의 증조부는 루이 16세를 변호하다 단두대에서 목이 잘렸어요.
그런 가문에서 자란 그가, 평등이 인류의 운명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증조부의 이름은 말제르브였어요.
그는 프랑스 혁명 당시 처형당한 왕 루이 16세의 재판에서 변호인을 자청한 귀족이었고, 1794년 단두대 앞에 섰습니다.
단두대란 당시 혁명 세력이 '평등'의 이름 아래 귀족과 왕족을 처형하던 기계예요.
토크빌의 부모도 같은 시기에 감옥에 갇혔어요.
혁명 공포정치의 주도자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풀려났지만, 그 공포는 가족의 몸에 새겨졌습니다.
아버지 에르베는 21살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예요.
오늘날로 치면, 부모가 혁명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이 "그래도 평등의 시대가 역사적으로 옳았다"고 책을 쓰는 셈이에요.
그런데 토크빌은 정확히 그걸 했습니다.
가문 전체를 박살낸 혁명의 물결을 직접 겪으면서도, 그는 민주주의와 평등의 흐름을 인류가 거스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는 미국 땅에 9개월 머물렀어요.
그 관찰로 19세기 정치학에서 가장 위대한 책이 나왔습니다.
1831년 5월부터 1832년 2월까지, 토크빌은 미국 17개 주를 돌았어요.
앤드루 잭슨 대통령부터 농부, 인디언, 흑인 노예까지 200명이 넘는 사람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귀국 후 3년 만에 《미국의 민주주의》 1권을 완성했어요.
1835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국 의회에서도 인용될 만큼 파장이 컸습니다.
외국에서 온 친구가 한국에 몇 달 살다가 "한국 사람들은 체면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더라"고 정확히 짚는 순간과 같아요.
외부인의 눈이 내부인이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것을 잡아낸 거예요.
토크빌은 미국인조차 스스로 말하지 못하던 것들을 언어로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특히 놀란 건 결사체의 힘이었어요.
결사체란 시민들이 공통 목표를 위해 자발적으로 만드는 모임이에요.
동네 주민 모임, 환경 단체, 독서 클럽처럼 오늘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것들이죠.
그는 이렇게 썼어요.
"미국인들은 나이가 어떻든, 처지가 어떻든, 성향이 어떻든 끊임없이 결사체를 만든다."
정부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시민들이 직접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본 거예요.
토크빌이 민주주의 책에서 가장 길게 다룬 것은, 민주주의의 위험이었어요.
그가 만든 개념 중 하나가 다수의 폭정이에요.
다수결로 결정하면 정의롭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수가 소수를 찍어 누를 때 그 힘은 폭력이 됩니다.
오늘날 SNS에서 다수 여론이 소수 의견을 침묵시키는 현상, 그게 바로 토크빌이 경고한 바로 그것이에요.
또 하나가 온화한 전제예요.
딱딱한 독재처럼 칼로 위협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면서 시민들을 점점 무기력하게 만드는 상태를 말해요.
그는 이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그 권력은 절대적이고, 세밀하고, 규칙적이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온화하다."
겉으로는 따뜻해 보이는 통치가 안에서 자유를 갉아먹는 거예요.
국가가 "걱정하지 마, 내가 다 해줄게" 하며 시민의 판단력과 자립심을 천천히 흡수하는 모습이에요.
모두가 편안한 무관심 속에 빠지는 그 상태가, 토크빌이 가장 두려워한 민주주의의 결말이었습니다.
그리고 1835년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한 가지 예언을 남겼어요.
"앞으로 세계는 두 강대국이 지배할 것이다. 하나는 미국이고, 하나는 러시아다."
민주주의와 전제주의가 세계를 양분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는데, 20세기 냉전이 그것을 정확히 실현했습니다.
민주주의를 가장 명료하게 분석한 책이 동시에 민주주의의 위험을 가장 강하게 경고한 책이었어요.
그는 옹호자이자 비판자였고, 그 긴장이야말로 이 책을 190년째 살아있게 만드는 힘입니다.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는, 토크빌이 경고한 것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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