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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데닛은 우리가 의식 있다고 믿는 그 느낌 자체가 뇌가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 만든 인터페이스라고 했어요.
컴퓨터 바탕화면의 휴지통 아이콘 안에는 진짜 쓰레기가 없어요.
복잡한 데이터 구조를 우리가 쉽게 다루도록 만든 인터페이스일 뿐이죠.
데닛은 '나'라는 느낌도 꼭 그렇다고 했어요.
1991년, 그는 『의식의 설명』이라는 책을 냈어요.
그 책에서 데닛은 철학자 데카르트 이후 수백 년간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인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했어요.
바로 데카르트 극장, 즉 뇌 안 어딘가에 모든 경험이 상영되는 단일한 무대가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런 무대는 없어요." 대신 그는 다중 초안 모델을 제안했어요.
뇌가 동시에 여러 버전의 현실을 처리하다가 그 중 하나를 '최종본'처럼 내보내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그 최종본을 관람하는 단일한 '나'는 없어요.
결국 '나'라는 감각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예요.
그래서 데닛은 이것을 사용자 환상이라 불렀어요.
책 제목이 『의식의 설명』이었는데, 반응은 "의식의 부정"에 더 가까웠어요.
누군가는 "의식을 설명한 게 아니라 없애버렸다"고 비판했죠.
하지만 데닛은 불편한 진실이라도 진실이라면 직면해야 한다고 했어요.

데닛에게는 체스 두는 컴퓨터도, 화내는 강아지도, 방 안 온도조절기도 모두 같은 종류의 믿음을 가져요.
황당하게 들리죠.
하지만 1971년부터 그가 발전시킨 지향계 이론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져요.
어떤 대상이든 '믿음과 욕망을 가진 존재'로 취급하면 그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다는 발상이에요.
자동차 시동이 안 걸릴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해요. "오늘 이 차가 왜 이러지?"
그 순간 우리는 자동차에 의도를 부여한 거예요.
데닛은 그게 그냥 편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봤어요.
온도조절기는 "방이 너무 춥다"는 믿음을 가지고 "따뜻하게 하겠다"는 욕구로 행동해요.
물론 진짜 믿음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게 해석할 때 그 행동이 가장 잘 이해돼요.
이 이론이 불편한 이유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흐리기 때문이에요.
동료 철학자들은 "데닛은 인간을 정교한 기계로 격하한다"고 비난했어요.
그런데 데닛은 그 비난을 오히려 환영했어요. "그게 바로 내 요점이거든요"라는 식으로요.

결정론을 믿으면서 자유의지도 믿는 것은 모순처럼 보여요.
데닛은 그 모순이야말로 환상이라 했어요.
결정론이란 우주의 모든 사건이 이전 원인의 연쇄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생각이에요.
지금 내가 내린 선택도 사실 빅뱅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거죠.
이걸 받아들이면 자유의지는 환상이 되어버려요.
하지만 데닛은 달랐어요.
1984년 『팔꿈치 공간』과 2003년 『자유는 진화한다』에서 그는 양립가능론을 옹호했어요.
결정론이 참이어도 자유의지가 실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에요.
체스 프로그램도 물리 법칙을 따르는 기계예요.
그런데 그 기계는 수십만 가지 가능한 수를 미리 계산하고 그 중 최선을 '선택'해요.
데닛은 자유란 바로 이 능력이라고 했어요. 미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선택지를 넓히는 진화된 능력이요.
재미있는 건 데닛이 맞붙은 상대예요.
신무신론 동료 샘 해리스는 "자유의지는 완전한 환상"이라 선언했어요.
의식도 신도 함께 부정했던 같은 진영에서, 자유의지를 놓고 정반대 입장을 취한 거죠.
데닛은 굽히지 않았어요.
자유의지를 없앤다고 세상을 더 명확하게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어요.
데닛은 의식과 자유의지를 해체한 뒤, 마지막으로 인류 최대의 환상이라 부른 신을 자연 현상으로 끌어내렸어요.
2006년 『주문을 깨다』에서 그는 종교를 진화의 부산물로 분석했어요.
어린아이가 모든 것에 의도를 부여하는 경향은 진화적으로 유리했어요.
수풀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 "맹수가 있다"고 가정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하니까요.
그런데 그 성향이 과잉 작동하면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도 의도를 부여하게 돼요.
어릴 때 산타를 믿었던 기억을 어른이 되어 분석하듯, 데닛은 인류 전체의 종교 체험을 뇌과학과 진화론으로 해부한 거예요.
이 책으로 데닛은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샘 해리스와 함께 신무신론의 네 기수로 불렸어요.
2000년대 중반, 종교를 과학과 이성으로 공개 비판한 네 명의 철학자이자 과학자들이에요.
그 중에서 데닛은 종교를 비난하기보다 해부하려 했어요. "주문을 깨야 한다"고요.
그리고 2023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회고록 『나는 생각한다, 고로…』에서 그는 이렇게 썼어요.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인생을 살았어요."
의식도 자유의지도 신도 차례로 해체했던 사람이, 정작 자신의 삶 앞에서는 감사를 택한 거예요.
2024년 4월 19일, 데닛은 82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뇌가 만들어낸 '나'라는 사용자 환상이 꺼지는 순간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기다렸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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