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굉필, 죽는 순간 수염을 입에 문 소학동자
김굉필은 사약을 받기 전 흰 수염을 입에 물었다
1504년 가을, 김굉필이 사약 앞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흰 수염을 입에 무는 것이었어요.
51세의 늙은 학자는 형이 집행되기 직전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긴 흰 수염을 한 올 한 올 모아 입 안으로 밀어 넣었어요.
그리고 형리에게 말했어요.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네. 수염 한 올도 다치지 않게 해주게."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는 "몸과 머리카락과 피부는 부모에게 받은 것"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수염 한 올이라도 잘리면,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을 손상하는 거라는 얘기죠.
이 구절은 그가 평생 손에서 놓지 않던 소학(小學)의 첫 장에 나와요.
소학은 송나라 유학자 주희가 어린아이를 위해 쓴 유교 입문서예요.
오늘날로 치면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 같은 책이에요.
사형 통보를 받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정장을 입고, 어릴 적 배운 교과서 첫 줄을 끝까지 지키며 형장에 걸어간 거예요.
이건 퍼포먼스가 아니었어요.
그에게는 그게 진짜 믿음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