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비르 시신을 두고 두 종교가 싸운 새벽 — 글자 모르던 박티 시인의 역설
카비르는 힌두 성지의 무슬림 직조공으로 태어났다
인도 최고의 영적 시인은 한 글자도 읽을 줄 모르는 무슬림 직조공이었어요.
1440년경 힌두교 최대 성지 바라나시에 카비르가 태어났어요.
그런데 그 집안은 이슬람을 믿는 직조공 가정이었어요.
줄라하, 즉 베를 짜는 직조공은 당시 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층에 속했어요.
한국으로 치면 안동 종갓집 마을 한복판에서, 무슬림 천민 가정에 태어난 셈이에요.
게다가 카비르는 평생 글자를 배우지 않았어요.
그의 시는 단 한 편도 그의 손으로 적힌 적 없고, 전부 입으로 말하고 제자들이 받아 적었어요.
그런데 결국 그 구술 시들이 인도 역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영적 문학이 됐어요.
종교 권위가 산스크리트 경전과 글자에서 나오던 시대에, 글 못 읽는 직조공의 말이 경전급 권위를 얻은 거예요.
사서삼경을 읽어야 성인 대접을 받던 시대에,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이 공자보다 많이 인용되는 격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