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테바가 시를 혁명이라 부른 이유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시가 언어의 딱딱한 규칙을 흔들어 우리 몸의 리듬과 감정을 되살려 놓기 때문에, 그것을 '혁명'이라고 불렀어요.

아기의 옹알이에서 시작된 생각
혹시 아기가 말을 배우기 전에 '아아', '음마' 하고 옹알이하는 걸 들어본 적 있나요?
줄리아 크리스테바라는 철학자는 바로 그 옹알이 속에 언어의 비밀이 숨어 있다고 봤어요.
이 글을 다 읽으면, 왜 시 한 편이 '혁명'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될 거예요.
크리스테바는 1941년에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1965년, 스물네 살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사람이에요.
기호학과 정신분석, 그리고 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글을 썼지요.
1974년에 펴낸 그의 박사 논문 제목이 바로 '시적 언어의 혁명'이에요.
제목부터 좀 거창하죠?
천천히 풀어볼게요.

우리 말 속엔 두 가지 목소리가 있어요
노래를 한 곡 떠올려 보세요.
노래에는 '가사'가 있고, 또 '멜로디와 리듬'이 있어요.
가사는 뜻을 정확하게 전달해요.
반대로 멜로디는 뜻이 없어도 우리 마음을 흔들고 콩닥거리게 만들지요.
크리스테바는 사람의 언어도 똑같이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고 봤어요.
하나는 '상징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호적인 것'이에요.
어려운 이름이지만 노래에 빗대면 쉬워요.
| 구분 | 기호적인 것 | 상징적인 것 |
|---|---|---|
| 노래로 치면 | 멜로디와 리듬 | 가사와 문법 |
| 어디서 오나 | 몸과 감정, 충동 | 사회의 규칙과 약속 |
| 하는 일 | 마음을 흔들고 떨리게 함 | 뜻을 또박또박 전달함 |
우리는 보통 '상징적인 것', 그러니까 문법에 맞는 또박또박한 말만 진짜 언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크리스테바는 그 밑에 숨어 꿈틀거리는 '기호적인 것'이야말로 언어를 살아 있게 만든다고 보았어요.

코라, 말이 되기 전의 리듬
'기호적인 것'이 어디서 오는지를 설명하려고 크리스테바는 '코라'라는 말을 빌려왔어요.
코라는 원래 옛날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쓴 단어인데, '무엇이든 담는 그릇' 같은 뜻이에요.
아기는 아직 말을 못 할 때도 엄마 품에서 리듬을 느껴요.
심장 소리, 숨소리, 토닥토닥하는 손길이요.
크리스테바는 이렇게 말이 되기 전의 리듬과 떨림이 모이는 자리를 코라라고 불렀어요.
우리가 자라서 또박또박 말을 배운 뒤에도, 이 리듬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슬프면 목소리가 떨리고, 신나면 말이 빨라지지요.
문법은 그대로인데 그 아래에서 코라의 리듬이 새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시가 왜 혁명일까요
자, 이제 마지막 조각이에요.
평소 우리는 규칙에 맞게 말해요.
주어가 있고 서술어가 있고요.
그런데 시인은 일부러 그 규칙을 비틀어요.
말을 뚝뚝 끊고,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뜻보다 리듬을 앞세우지요.
크리스테바는 19세기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와 로트레아몽의 시를 직접 살펴보면서 이걸 발견했어요.
이들의 시는 문법을 흔들어서, 꾹 눌려 있던 코라의 리듬이 글 위로 솟구치게 만들었거든요.
바로 이 장면을 크리스테바는 '혁명'이라고 불렀어요.
무기를 든 혁명이 아니라, 딱딱하게 굳은 언어의 규칙을 안에서부터 흔들어 몸과 감정을 되살리는 혁명이에요.
시를 읽을 때 뜻을 다 몰라도 가슴이 두근거린 적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그 혁명을 겪어 본 거예요.

정리
크리스테바에게 언어는 두 겹이에요.
뜻을 전하는 또박또박한 '상징적인 것'과, 몸과 감정에서 올라오는 리듬인 '기호적인 것'이지요.
이 리듬이 처음 모이는 자리가 '코라'예요.
시인은 문법을 일부러 흔들어 그 리듬을 글 밖으로 끌어내는데, 크리스테바는 바로 이 일을 '시적 언어의 혁명'이라고 불렀어요.
다음에 시를 읽다가 까닭 없이 마음이 떨린다면, 그게 옹알이 시절부터 우리 안에 살아 있던 리듬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라고 기억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