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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퀘렐 데 팜(Querelle des femmes)은 '여성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뜻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못한 존재냐를 두고 중세 말부터 유럽에서 수백 년간 이어진 큰 말싸움이에요. 크리스틴 드 피잔은 여자를 깎아내린 인기 책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 논쟁의 물꼬를 튼 사람이에요.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프랑스에서 한 여성이 당대 최고 인기 책을 향해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했어요.
"이 책은 여자를 너무 함부로 그린다"는 거였죠.
그 여성이 크리스틴 드 피잔(약 1364년부터 1430년까지)이에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랐고, 남편을 일찍 여읜 뒤 글을 써서 가족을 먹여 살린, 유럽에서 손꼽히는 초기 전업 여성 작가예요.
크리스틴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아주 많지만, 이 글은 딱 하나, 그가 불을 붙인 '퀘렐 데 팜' 논쟁에만 좁게 집중할게요.

퀘렐 데 팜(Querelle des femmes)은 프랑스어로 '여성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뜻이에요.
쉽게 말하면 "여자는 정말 남자보다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일까?"를 두고 벌어진 아주 긴 말싸움이에요.
중세가 끝나갈 무렵 시작해 그 뒤로도 수백 년 동안, 유럽의 학자와 작가들이 책과 편지로 편을 갈라 다퉜죠.
반 친구들이 한 가지 주제로 찬반 토론을 하는데, 그 토론이 한 시간이 아니라 몇 세대에 걸쳐 이어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한쪽은 "여자는 원래 못됐다"고 하고, 다른 쪽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서요.
그게 퀘렐 데 팜이에요.
크리스틴 드 피잔은 이 긴 토론의 초반에, 여성을 옹호하는 쪽에서 또렷하게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사람이고요.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가 '장미 이야기'(로만 드 라 로즈)였어요.
요즘으로 치면 누구나 한 번쯤 읽는 국민 베스트셀러였죠.
그런데 이 책의 뒷부분에는 여자를 변덕스럽고 거짓말 잘하는 존재로 그리는 대목이 꽤 많았어요.
1401년 무렵, 크리스틴은 이 책을 떠받들던 남성 학자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이건 부당하다"고 따졌어요.
상대는 장 드 몽트뢰유처럼 이름난 지식인들이었죠.
편지가 여러 통 오가며 벌어진 이 논쟁을 사람들은 흔히 퀘렐 데 팜의 출발점으로 봐요.
나중에 크리스틴은 이 편지들을 한데 모아 왕비에게 바치기도 했고, 파리 대학의 높은 학자였던 장 제르송은 크리스틴 편을 들어 주었어요.
힘센 어른들 앞에서 혼자 손을 든 학생 같았지만, 결코 혼자만의 싸움은 아니었던 거죠.

크리스틴의 가장 날카로운 한마디는 이거였어요.
"여자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전부 남자들이 쓴 거잖아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어떤 팀 경기에서 상대 팀만 경기 기록지를 쓴다면 어떨까요?
우리 팀은 늘 반칙만 하고 실력 없는 팀으로 적히기 쉽겠죠.
크리스틴이 본 세상이 딱 그랬어요.
책을 쓰고, 배우고, 가르치는 자리를 거의 다 남자들이 차지했으니, 여자에 대한 기록도 남자의 눈으로만 쓰였다는 거예요.
그러니 "여자는 원래 그렇다"는 말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한쪽만 적어 놓은 기록일 수 있다는 거죠.
이 지적이 무서운 이유가 있어요.
나쁜 책 한 권을 고치자는 얘기가 아니라, "애초에 누가 이야기를 쓰느냐"라는 훨씬 큰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에요.
기록하는 사람이 한쪽뿐이면, 그 기록은 진실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선일 뿐이라는 거죠.

퀘렐 데 팜은 얼핏 먼 옛날의 케케묵은 말싸움처럼 보여요.
하지만 그 핵심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어요.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상식'이 실제 진실이 아니라, 힘 있는 쪽이 반복해서 적어 온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
크리스틴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던 인기 책을 향해 "정말 그런가요?"라고 되물었을 뿐이에요.
누군가에 대한 평판을 들을 때 "이건 누가, 어떤 입장에서 쓴 말이지?"라고 한 번 되묻는 습관.
그게 600년 전 크리스틴이 남긴 태도예요.
퀘렐 데 팜은 '여자는 남자보다 못한가'를 두고 유럽에서 수백 년간 이어진 긴 논쟁이고, 크리스틴 드 피잔은 여자를 깎아내린 인기 책에 편지로 맞서며 그 논쟁의 문을 연 사람이에요.
그의 핵심은 뜻밖에 단순해요.
여자에 대한 나쁜 평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이 쓴 것이니, 그대로 믿지 말고 "누가 쓴 이야기인가"부터 따져 보자는 거죠.
이 하나만 기억하면 충분해요.
상식처럼 굳어 버린 말도, 누가 썼는지 물으면 다시 보인다는 것.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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