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멜리소스가 말한 '무한한 존재(to apeiron)'는, 참으로 있는 것은 생겨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아 시간적으로 영원하고, 밖에서 그것을 막아설 무언가가 없어 공간적으로도 끝없이 뻗어 있다는 생각이에요.

기원전 441년, 사모스 섬 앞바다에서 당시 최강이던 아테네 함대를 물리친 지휘관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은 칼만 잘 쓴 게 아니라 "있다는 게 대체 뭘까"를 끝까지 파고든 철학자이기도 했죠.
그가 바로 멜리소스예요.
앞선 엘레아학파의 존재론을 이어받은 그는 '참으로 있는 것'에는 끝이 없다고 주장했어요.
오늘은 그가 남긴 여러 생각 가운데 오직 '무한' 한 가지만, 배경지식 없이도 따라올 수 있게 천천히 들여다볼게요.
먼저 말 자체를 풀어 볼게요.
그리스말 '아페이론(apeiron)'은 '없다'는 뜻의 a와 '한계·경계'라는 뜻의 peras가 붙은 말이에요.
그러니까 '경계가 없다', '금을 그을 수 없다'는 뜻이죠.
운동장 트랙에는 출발선과 결승선이 있죠.
공책 한 페이지에도 위아래 끝이 있고요.
이렇게 '여기서 시작해 저기서 끝'이라고 금을 그을 수 있으면, 그건 한계가 있는 거예요.
멜리소스는 참으로 있는 것에는 그런 금을 어디에도 그을 수 없다고 봤어요.
시작도 끝도, 이쪽 벽도 저쪽 벽도 없다는 거죠.
그게 바로 '무한한 존재'예요.

멜리소스의 출발점은 아주 간단한 상식이에요.
"없던 것이 저절로 생겨날 수는 없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 툭 튀어나오는 걸 본 적 있나요?
없죠.
그러니 참으로 있는 것은 '생겨난'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늘 있었던 거예요.
반대로 있는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지도 않아요.
무언가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되려면 있던 것이 없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본 거죠.
그래서 있는 것은 과거로도 끝없이, 미래로도 끝없이 이어져요.
시간 위에 시작점도 끝점도 찍을 수 없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멜리소스는 앞선 스승 격 철학자와 갈라져요.
그 전에는 있는 것을 잘 다듬어진 공처럼 '둥글고 크기가 정해진 것'으로 그렸거든요.
그런데 멜리소스는 이렇게 되물었어요.
"끝이 있다면, 그 끝 너머엔 뭐가 있지?"
담장을 떠올려 볼게요.
담장이 있다는 건 담장 바깥이 있다는 뜻이죠.
무언가의 '끝'은 언제나 그 바깥의 '다른 것'과 맞닿아 있어요.
그런데 참으로 있는 것은 '전부'예요.
그 바깥에는 막아설 다른 것이 없어요.
그러니 끝을 그을 자리 자체가 없죠.
그래서 있는 것은 공간적으로도 끝없이 뻗어 있다고 본 거예요.
두 입장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정리돼요.
| 구분 | 앞선 엘레아 철학 | 멜리소스 |
|---|---|---|
| 있는 것의 크기 | 끝이 있는 둥근 공 | 끝없이 무한 |
| 시간 | 영원함 | 영원함 |
같은 학파를 이어받았지만, 멜리소스는 '무한'이라는 한 걸음을 더 내디딘 셈이에요.
멜리소스의 '무한한 존재'는 두 방향의 무한이에요.
하나는 시간의 무한이죠.
없는 데서 생겨나지도, 있다가 없어지지도 않으니 늘 있어 왔고 늘 있을 거예요.
다른 하나는 공간의 무한이에요.
그것 바깥에는 막아설 다른 것이 없으니 어디에도 끝이 없죠.
한 가지만 기억한다면 이거예요.
멜리소스에게 '있다'는 건, 시작도 끝도 없이 그저 전부인 것이었다는 점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