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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비가 그친 밤에 골목을 걸어 본 적 있나요.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마다 달이 하나씩 떠 있어요. 다섯 개의 웅덩이엔 다섯 개의 달, 열 개의 웅덩이엔 열 개의 달이죠. 그런데 고개를 들면 하늘엔 달이 딱 하나예요. 웅덩이 속 달들은 그 하나가 비친 그림자고요. 오늘 이야기할 인도 철학은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해요. 여럿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하나가 아닐까, 하는 물음이요.

인도의 베단타라는 학파는 이 세상 모든 것의 바탕에 단 하나의 진짜가 있다고 봐요. 그걸 브라흐만이라고 불러요. 금을 떠올리면 쉬워요. 금으로 반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죠. 이름과 모양은 다 다르지만 녹여 보면 전부 같은 금이에요. 브라흐만도 그래요. 너와 나, 산과 강, 별과 돌이 다 달라 보여도 바탕은 하나라는 거예요. 그 하나가 진짜고, 나머지 여러 모습은 금으로 빚은 장신구 같은 거죠. 모양이 사라져도 금은 남듯이요.

그럼 왜 우리는 그 하나를 못 보고 자꾸 여럿만 볼까요. 베단타는 그 까닭을 무명이라고 불러요. 산스크리트로는 아비디야라고 해요.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해요. 모름, 그러니까 진짜를 못 알아보는 흐릿한 상태예요. 어두운 방에서 바닥에 놓인 새끼줄을 보고 뱀인 줄 알고 깜짝 놀란 적 있나요. 불을 켜면 그냥 줄이에요. 뱀은 처음부터 없었고, 어둠과 착각이 만들어 낸 거죠. 무명이 딱 그래요. 금반지를 보면서 이건 반지야 하고는 그게 금인 줄 잊어버리는 거예요.

여기서 한 사람이 등장해요. 약 1100년 전, 9세기에서 10세기 무렵 인도에 살았던 바차스파티 미슈라예요. 이 사람은 좀 특별했어요. 보통 학자는 자기 학파 하나를 깊게 파는데, 그는 인도의 거의 모든 철학 학파를 두루 공부하고 그 핵심 책마다 친절한 해설서를 달았어요. 논리를 따지는 학파, 요가, 상키아, 베단타까지요.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그를 모든 학파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불렀어요. 그가 쓴 베단타 해설서의 이름은 바마티인데, 자기 아내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글쓰기에 푹 빠져 아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미안함이었다고요.

바차스파티가 깊이 파고든 질문은 이거였어요. 무명, 그 흐릿함은 도대체 누구 안에 사는 걸까.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브라흐만은 완벽하고 순수한 하나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 흐릿한 모름이 들어 있다고 하면 좀 이상하죠. 깨끗한 거울이 스스로 더럽다고 말하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바차스파티는 이렇게 답했어요. 무명은 브라흐만 안이 아니라, 너와 나 같은 개인의 마음 안에 산다고요. 안개는 해에 끼는 게 아니라 그걸 보는 내 눈에 끼는 거예요. 해는 늘 그대로 밝고요. 흐려진 건 보는 쪽이지 보이는 그 하나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묘한 문제가 생겨요. 개인, 그러니까 나라는 존재도 알고 보면 무명 때문에 생긴 거거든요. 하나인 브라흐만을 못 알아봐서 나라는 따로 떨어진 느낌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그럼 무명이 나를 만들었는데, 그 무명은 또 내 안에 산다는 말이 되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빙글빙글 도는 문제예요. 바차스파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답해요. 둘은 시작점을 따질 수 없다고요.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시작 없는 아주 먼 옛날부터 서로 맞물려 돌아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무명을 시작이 없는 것이라고 불러요.

그럼 이 흐릿함은 영영 못 벗는 걸까요. 베단타가 던지는 희망은 여기에 있어요. 무명은 진짜가 아니라 착각이라서, 알아차리는 순간 사라진다는 거예요. 새끼줄을 뱀으로 본 사람도 불만 켜면 더는 떨지 않잖아요. 뱀을 쫓아낼 필요도 없어요. 처음부터 없었으니까요. 바차스파티가 평생 매달린 공부도 결국 이 한 가지를 향해요. 여럿이라는 착각을 걷어 내고, 너와 나와 세상이 같은 하나였다는 걸 알아보는 일이요. 그때 남는 게 브라흐만이고요.

브라흐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바탕이고, 무명은 그 하나를 여럿으로 흐릿하게 보게 만드는 모름이에요. 바차스파티 미슈라는 그 흐릿함이 완벽한 브라흐만이 아니라 너와 나 같은 개인의 마음에 깃든다고 봤고, 나와 무명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작 없는 옛날부터 맞물려 있다고 정리했어요. 비 온 뒤 웅덩이마다 달이 떠 있어도 하늘의 달은 하나이듯, 흐릿함을 걷어 내면 결국 하나가 남는다는 이야기예요. 이게 모든 학파를 공부한 한 철학자가 평생 따라간 물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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