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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손을 대 보면 따뜻해요. 그 햇살은 분명 저 하늘의 해에서 왔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상한 질문 하나가 떠올라요. 이 햇살은 해와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같다고 하기엔 좀 어색해요. 내 방 안 손바닥만 한 햇살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저 하늘의 해야"라고 말하긴 어려우니까요. 펄펄 끓는 거대한 해와 방 안의 따뜻한 빛은 분명 달라요. 그런데 다르다고만 하기도 이상해요. 햇살을 한 줌 떠서 해 없이 따로 둘 수는 없잖아요. 해가 사라지면 햇살도 그 순간 함께 사라져요.
그러니까 햇살은 해와 다르면서, 동시에 떨어진 적도 없는 셈이에요. 아주 오래전 인도의 한 철학자가 바로 이 묘한 관계를 평생의 주제로 삼았어요. 그 사람이 님바르카예요.

님바르카는 인도에서 활동한 힌두 철학자예요. 정확히 언제 사람인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대략 십이 세기에서 십삼 세기 무렵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더 앞선 시대라는 주장도 있어서 "몇 년에 태어났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워요. 남인도에서 태어나 북쪽 브린다반 근처로 옮겨 가 살았다고 전해져요. 남긴 핵심 글도 길지 않아서, 자기 생각을 단 열 개의 짧은 시구에 눌러 담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대신 확실한 게 하나 있어요. 그가 한 갈래의 신앙 전통을 세웠다는 점이에요. 이걸 님바르카 종파라고 불러요. 종파란 같은 가르침을 따르고 같은 방식으로 신을 모시는 사람들의 무리예요. 학교에 빗대면 같은 교과서로 같은 선생님 계보를 잇는 한 학파인 셈이지요. 님바르카 종파는 지금도 인도에 이어지는 비슈누 신앙의 네 큰 갈래 중 하나예요.

님바르카가 던진 가장 큰 질문은 이거였어요. 신과 나, 그리고 이 세계는 서로 어떤 사이일까?
당시 인도에는 크게 두 대답이 맞서 있었어요. 하나는 "사실 모두 하나다, 너와 신이 달라 보이는 건 착각이다"라는 쪽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신과 나는 완전히 남남이다, 둘은 분명히 다르다"라는 쪽이었고요.
님바르카는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어요. "둘 다 맞아요." 이게 그의 핵심 생각, 차이와 비차이의 관계예요. 어려운 말로는 이원일원론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은 거창해도 알맹이는 아까 본 햇살 이야기예요. 나라는 영혼과 이 세계는 신과 분명히 달라요. 손바닥 햇살이 곧 해는 아니듯이요. 그게 차이예요. 하지만 신에게서 나와 신에게 기대어 있다는 점에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어요. 햇살을 해에서 떼어 낼 수 없듯이요. 그게 비차이예요.

조금 더 익숙한 그림으로 볼까요. 바다와 파도예요. 파도는 저마다 모양이 달라요. 높이 솟기도 하고 낮게 부서지기도 하지요. "이 파도"와 "저 파도"는 분명 구별돼요. 그런데 파도를 떠서 바다 밖에 둘 수 있나요? 파도는 결국 바닷물이고, 한순간도 바다와 떨어진 적이 없어요.
님바르카가 본 세계가 딱 이래요. 우리 하나하나는 파도처럼 저마다 다르고, 그 다름은 진짜예요. 착각도 환상도 아니에요. 그러면서도 바다인 신과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지요. 중요한 건, 이 다름이 잠깐 끼었다 사라지는 속임수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관계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그의 생각에서는 다름도 이어짐도 어느 한쪽이 가짜로 밀려나지 않아요. 둘 다 본래부터 함께 있는 진짜예요.

"다 하나"라고만 하면, 지금 울고 웃는 내 하루가 한낱 착각이 돼 버려요. "완전히 남남"이라고만 하면, 신과 나 사이에 영영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고요. 님바르카의 대답은 이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아요. 나는 신과 다르기에 그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수 있고, 신과 이어져 있기에 그 사랑이 헛되지 않아요.
실제로 님바르카 종파는 라다와 크리슈나라는 두 신을 한 쌍으로 모시는 사랑의 신앙으로 알려져 있어요. 차이가 있어야 마음이 오가고, 이어짐이 있어야 그 마음이 하나로 완성된다는 그의 생각과 잘 맞닿아 있지요.

님바르카는 신과 나의 사이를 다르면서도 떨어진 적 없는 관계로 본 힌두 철학자예요. 손바닥 위 햇살이 해와 다르지만 해 없이는 없듯, 또 파도가 저마다 다르지만 바다를 떠난 적 없듯이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차이와 비차이를 둘 다 끌어안은 이 생각이, 그가 세운 님바르카 종파가 오늘까지 이어 온 마음이에요. 다음에 창가의 햇살을 만지게 되면, 같은가 다른가 하는 그 오래된 물음을 한 번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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