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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큰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님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가게를 물려받을 아들이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물건값도 모르고, 직원들을 이끌 힘도 없죠. 이럴 때 보통은 믿을 만한 삼촌이 가게를 잠깐 맡아요. 조카가 다 클 때까지만요.
약 3천 년 전, 중국 주나라에서 딱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나라를 막 세운 지 얼마 안 되어 세상을 떠났거든요. 뒤를 이을 아들 성왕은 아직 아주 어린 아이였어요. 갓 세운 나라는 작은 바람에도 휘청대고, 노리는 적도 많았죠. 이때 어린 왕을 대신해 나라를 맡은 사람이 바로 무왕의 동생, 주공이에요. 형이 세운 나라를 조카가 이어받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자리에 선 거예요.

주공이 한 일을 어려운 말로 ‘섭정’이라고 해요. 말은 낯설지만 뜻은 단순해요. 왕이 너무 어리거나 아파서 직접 다스리지 못할 때, 다른 사람이 왕 대신 나라 일을 처리하는 거예요. 앞에서 말한 삼촌이 조카 대신 가게를 봐 주는 것과 똑같아요.
문제는 이 자리가 너무 힘이 세다는 거예요. 왕을 대신해 명령을 내리고, 군대를 움직이고, 신하들을 다스리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이참에 내가 왕 하지’라고 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역사에는 이렇게 대신 자리를 맡았다가 그대로 왕좌를 차지해 버린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서 어린 왕을 둔 신하들은 늘 불안했어요. 잠깐 맡긴 가게를 삼촌이 통째로 가로채면 어쩌나 하고요. 주공이 선 자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충신도 되고 도둑도 되는 그런 자리였어요.

주공에게도 그 유혹을 부추기는 일이 터졌어요. 주공의 형제들이 ‘주공이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자기가 왕이 되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반란을 일으킨 거예요. 여기에 막 무너뜨린 옛 상나라의 남은 세력까지 손을 잡았죠. 갓 태어난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질 뻔한 큰 위기였어요. 더 아픈 건, 칼을 든 쪽이 남이 아니라 주공의 친형제였다는 점이에요.
주공은 직접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가서, 3년에 걸쳐 이 반란을 하나하나 가라앉혔어요. 자,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요. 반란까지 진압하고 나면 나라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주공이에요. 이제 왕좌를 차지해도 막을 사람이 없어요. 군대도 그의 편이고, ‘나라를 구한 사람’이라는 명분도 그에게 있었죠. 누구도 뭐라 못 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주공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조카인 성왕이 자라 스스로 나라를 다스릴 나이가 되자, 손에 쥐고 있던 모든 권력을 조카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다시 신하의 자리로 내려왔어요. 7년 동안 왕처럼 일했지만, 끝내 왕이 되지는 않은 거예요.
이게 왜 그렇게 대단할까요? 한번 손에 쥔 힘을 스스로 내려놓는 일은 정말 드물거든요. 게다가 주공에게는 핑계도 충분했어요. 흔들리는 나라를 다시 세운 게 바로 자기였으니까요. ‘내가 이만큼 했는데 왕 좀 하면 어때’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죠. 그런데도 그는 ‘이 자리는 원래 조카의 것’이라며 처음의 약속을 지켰어요. 빌린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듯이요. 잠깐 맡아 두었을 뿐, 내 것이 아니라고 끝까지 선을 그은 셈이에요.

주공은 힘으로만 나라를 지키려 하지 않았어요. 그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예의와 질서를 정리하고, 나라의 행사에 쓰는 음악까지 가다듬었어요. 이것을 묶어서 ‘예악’이라고 불러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누가 어디에 서고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지 미리 정해 두면 다툼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라 전체에 두루 통하는 규칙을 만든 거예요. 규칙이 분명하면 힘센 사람 마음대로 휘둘리지 않으니까요.
또 하나 중요한 생각이 ‘천명’이에요. 하늘이 착하고 바른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고, 그가 나빠지면 그 자격을 거둬 간다는 믿음이에요. 왕이라고 해서 무조건 떵떵거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을 잘 돌봐야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죠. 힘이 세서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기 때문에 다스린다는, 그런 생각의 씨앗이었어요. 주공이 스스로 권력을 돌려준 일도 이 생각과 맞닿아 있어요. 자리는 잘 쓰라고 잠시 맡겨진 것이지, 가지라고 주어진 게 아니니까요.

주공이 남긴 예악과 천명은 훗날 공자가 이어받아 유교의 밑바탕이 되었어요. 공자는 주공을 어찌나 존경했던지, 나이가 들어 ‘꿈에서 주공을 못 본 지 오래되었구나’라며 아쉬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예요. 유교라는 큰 흐름이 자리 잡기 한참 전에, 이미 주공이 그 정치 윤리의 밑그림을 그려 둔 셈이에요. 우리가 ‘좋은 지도자란 무엇일까’를 떠올릴 때 만나는 생각들의 아주 오래된 출발점인 거죠.

주공은 어린 조카를 대신해 7년간 나라를 다스렸지만, 조카가 자라자 권력을 돌려주고 신하로 돌아간 사람이에요. 가장 힘셀 때 그 힘을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점, 그리고 예악과 천명이라는 규칙과 생각으로 나라를 묶으려 했다는 점이 그를 오래 기억하게 만들었어요. 힘은 차지하는 것보다, 어떻게 쓰고 언제 내려놓느냐가 훨씬 더 어렵다는 걸, 3천 년 전 한 사람이 우리보다 먼저 보여 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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