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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름 바닷가에서 두 아이가 다퉜다고 해 볼게요. 한 아이가 막 밀려온 파도를 가리키며 "이건 바다야"라고 말해요. 다른 아이는 고개를 저어요. "아니야, 저건 파도지 바다가 아니야. 봐, 곧 부서져서 사라지잖아." 듣고 보면 둘 다 맞는 말 같지 않나요. 파도는 분명 바다에서 나왔고 바닷물로 이루어져 있으니 바다예요. 그런데 파도에는 파도만의 모양과 순간이 있으니 바다와 똑같다고 하기도 어려워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이 묘한 느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평생 붙잡고 늘어진 질문이 바로 이거예요.

님바르카는 아주 오래전 인도에서 살았던 철학자예요. 정확한 연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대략 팔백 년쯤 전 사람으로 봅니다. 그는 신을 머리로만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특히 크리슈나라는 신과 그 곁의 라다를 향한 사랑을 귀하게 여겼고,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 모임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흔히 님바르카 학파라고 불러요. 그가 남긴 생각 가운데 가장 또렷하고 유명한 것이 바로 '드바이타드바이타'예요.

드바이타드바이타는 길고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두 단어가 그냥 붙어 있는 거예요. '드바이타'는 둘, 그러니까 '다름'이라는 뜻이고, '아드바이타'는 둘이 아님, 그러니까 '같음'이라는 뜻이에요. 둘을 한데 붙였으니 풀면 '다르면서 같다'가 돼요. 보통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배우잖아요. 같으면 같은 거고 다르면 다른 거지, 어떻게 둘 다일 수 있냐고요. 그런데 님바르카는 이 세상과 우리 영혼, 그리고 신 사이의 관계가 바로 그 '둘 다'라고 봤어요. 어느 한쪽만으로는 진짜 모습을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다시 바닷가로 가 볼게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이 세상 전체가 파도라면, 신은 그 파도를 품은 바다예요. 파도는 바다와 다를까요. 달라요. 파도는 여기서 일어나 저기서 부서지고, 제 모양과 제 자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럼 파도는 바다와 같을까요. 같아요. 파도를 한 줌 떠서 손에 담아 보면 그냥 바닷물이거든요. 바다 없이 혼자 존재하는 파도는 어디에도 없어요. 파도는 바다에서 났고, 바닷물로 되어 있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요. 그러니 다르지만 결코 떨어질 수 없고, 같지만 똑같지는 않아요. 님바르카가 말한 '다르면서 같다'가 딱 이 모습이에요.

잘 와닿지 않으면 다른 그림도 있어요. 해와 햇빛을 떠올려 보세요. 아침에 방 안으로 들어온 햇빛 한 줄기는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어요.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해와는 자리가 분명히 다르죠. 그런데 그 햇빛은 해에서 나온 거예요. 해가 없으면 햇빛도 없어요. 햇빛은 해의 일부이면서, 그렇다고 해 그 자체는 아니에요. 님바르카는 우리와 신의 사이가 꼭 이렇다고 했어요. 우리는 신에게서 나왔으니 신과 이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곧 신인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가깝지만 같지는 않은 사이, 멀어 보이지만 한 줄기로 이어진 사이죠.

비슷한 시대 인도에는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일 뿐이고, 우리가 보는 세상은 한바탕 꿈 같은 착각'이라고 말한 흐름도 있었어요. 모든 게 신과 완전히 같다고 보는 쪽이죠. 님바르카는 여기서 한 발 비켜섰어요. 파도가 진짜로 출렁이듯, 우리 한 사람 한 사람과 이 세상도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 있다고 봤거든요. 다만 그 진짜가 신에게 기대어 있을 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의 생각은 '전부 같다'도 아니고 '전부 따로따로다'도 아닌, 그 사이의 길이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가 궁금해져요. 왜 깔끔하게 하나로 정하지 않았을까요. 까닭이 있어요. 만약 나와 신이 완전히 똑같다고 해 버리면, 사랑이 설 자리가 사라져요. 나를 내가 사랑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랑은 마주 보는 둘 사이에서만 피어나거든요. 반대로 나와 신이 완전히 남남이라면, 신에게 가닿을 길이 막혀 버려요. 영영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니까요. 님바르카에게 '다름'은 사랑을 가능하게 했고, '같음'은 만남을 가능하게 했어요. 그래서 둘 다 꼭 필요했던 거예요. 파도가 바다와 다르기에 출렁일 수 있고, 바다와 같기에 결국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요.

님바르카의 드바이타드바이타는 '다르면서 같다'는 한마디로 줄일 수 있어요. 파도와 바다, 햇빛과 해처럼 우리는 신과 떨어질 수 없으면서도 신과 똑같지는 않은 사이라는 이야기예요. 그가 둘 중 하나를 고르지 않은 건 결정을 못 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사랑도 만남도 함께 살아남기 때문이었어요. 다음에 바닷가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걸 보거든, 같음과 다름이 사이좋게 손잡고 있는 오래된 생각 하나를 가만히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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