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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방 안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요. 손등에 닿으면 따뜻하죠. 그런데 한번 물어볼게요. 그 햇살은 저 하늘의 해와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같다고 하기엔 좀 이상해요. 해는 저 멀리 떠 있고, 햇살은 지금 내 방 안에 들어와 손등을 데우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르다고 하기도 어려워요. 햇살은 결국 해에서 나온 거고, 해가 사라지면 햇살도 같이 사라지잖아요. 같다고도, 다르다고도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이 묘한 느낌. 900년쯤 전 인도에, 바로 이 느낌 하나를 평생 붙들고 늘어진 사람이 있었어요.

님바르카는 옛날 인도의 힌두 철학자예요. 정확히 언제 살았는지는 지금도 학자마다 의견이 갈려서, 대체로 900년쯤 전 사람으로 봐요. 그는 한평생 한 가지 질문만 파고들었어요.
"이 세상과 나는, 신과 어떤 사이일까?"
여기서 신은 그가 섬기던 크리슈나예요. 질문을 우리 식으로 바꾸면 이래요. 세상 만물과 나, 그리고 이 모든 걸 있게 한 큰 존재는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아까 햇살과 해 이야기랑 똑같죠. 님바르카는 이 질문을 그냥 머리로 푸는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걸 만한 진짜 물음으로 여겼어요.

보통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골라요. "사실 다 하나야, 너와 신은 같은 존재야"라고 하든가, 아니면 "아니야, 너는 너고 신은 신이야, 둘은 완전히 다른 존재야"라고 하든가요. 깔끔하게 한쪽을 정하는 거죠.
님바르카는 둘 다 골랐어요. 차이도 맞고, 비차이도 맞다고요. 산스크리트어로 차이는 '베다', 비차이는 '아베다'예요. 그래서 그의 생각을 '베다아베다', 우리말로 '차이와 비차이'라고 불러요. 둘이 동시에 참이라는 거죠.
말장난 같죠? 그런데 다시 햇살을 떠올리면 바로 이해돼요. 햇살은 해와 달라요. 지금 내 방 안에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동시에 해와 다르지 않아요. 해의 일부니까요. 어느 한쪽만 떼어 말하면 그게 오히려 거짓말이 돼요.

님바르카가 즐겨 쓴 또 다른 그림이 있어요. 바다와 물결이에요.
바닷가에 서서 물결을 보면, 물결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솟아오르고, 부서지고, 발등을 적시고 가요. 분명히 손가락으로 '저 물결' 하고 가리킬 수 있죠. 바다와는 다른 무언가처럼 보여요. 그런데 그 물결을 한 줌 떠서 손에 담아 보면, 그냥 바닷물이에요. 바다를 빼고 나면 물결은 따로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나와 세상도 그렇다는 거예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얼굴, 다른 마음을 가진 진짜 '나'예요. 신과 똑같지 않아요. 그런데 동시에, 신을 빼고 나면 우리도 따로 남는 게 없어요. 물결이 바다 없이는 못 있는 것처럼요.

님바르카는 있는 것을 크게 셋으로 나눠 봤어요. 첫째는 신이에요. 둘째는 우리처럼 마음과 생각이 있는 존재, 곧 영혼이고요. 셋째는 돌이나 물 같은, 마음이 없는 물질이에요.
영혼과 물질은 신과 다르지만, 신에게 완전히 기대어 있어요. 햇살이 해에 붙어 있듯이, 물결이 바다에 안겨 있듯이요. 그래서 셋이지만 따로따로 노는 셋이 아니라, 한 몸처럼 이어진 셋이에요. 셋으로 갈라 놓고 보면서도 끝내 하나로 묶어 두는 것, 이게 님바르카다운 방식이에요.

우리는 자꾸 둘 중 하나로 답을 정하려 해요. 같으면 같고, 다르면 다르고. 그런데 살다 보면 그렇게 깔끔하게 안 잘리는 게 참 많아요. 부모와 나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남도 아니죠. 강물과 강도, 친구와 우정도 그래요.
님바르카는 900년쯤 전에, 급하게 한쪽으로 답을 정해 버리지 말라고 말한 셈이에요. 차이와 비차이를 동시에 끌어안는 눈, 그게 그가 남긴 선물이에요.

햇살은 해와 다르면서 다르지 않아요. 물결은 바다와 다르면서 다르지 않고요. 님바르카가 평생 붙든 '차이와 비차이'는 바로 이 느낌을 세상과 나, 그리고 신 사이에 그대로 옮겨 놓은 생각이에요. 다음에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면, 같을까 다를까 한 번 갸웃해 보세요. 그 작은 갸웃거림 속에, 님바르카의 900년 된 질문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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