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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으로부터 3천 년쯤 전, 중국에 주나라라는 새 나라가 막 세워졌어요. 그런데 나라를 세운 무왕이라는 왕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어요. 나라를 연 지 겨우 두세 해 만이었죠.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왕 자리를 물려받은 아들 성왕이 아직 아주 어린 아이였거든요. 갓 반장이 된 초등학생에게 학교 전체를 운영하라고 맡긴 셈이에요. 혼자서는 도저히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는 나이였죠.
그래서 죽은 왕의 동생, 그러니까 어린 왕의 삼촌이 대신 나랏일을 봐 주기로 했어요. 이 삼촌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주공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어요. "저 삼촌이 결국 조카 자리를 가로채려는 거 아니야?" 어른이 어린아이 대신 큰 힘을 쥐었으니, 그렇게 의심할 만도 했죠.

주공의 본래 이름은 '단'이에요.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친동생이고요. '주공'이라는 말은 주나라의 높은 어른이라는 뜻으로 붙은 호칭이에요. 우리가 이름 대신 '회장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해요.
주공은 형 무왕이 새 나라를 세울 때 곁에서 가장 크게 도운 사람이었어요. 전쟁을 치르고 나라의 틀을 짜는 동안, 형의 오른팔 같은 역할을 했죠. 그러니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어린 조카만 남았을 때, 나라를 지킬 사람으로 주공만 한 이가 없었어요.

그런데 주공을 의심한 건 백성만이 아니었어요. 다름 아닌 그의 다른 형제들이었죠.
사정은 이래요. 주나라는 바로 앞에 있던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세운 나라였어요. 그런데 진 나라의 백성을 한꺼번에 없앨 수는 없으니, 상나라 왕의 아들에게 그 땅을 다스리게 두고, 대신 주공의 형제 세 사람을 가까이 보내 감시하게 했어요. 이 세 명의 감시자를 '삼감'이라고 불러요. 전학 온 친구가 말썽을 부릴까 봐, 반장 셋이 옆자리에 앉아 지켜보는 모습을 떠올리면 돼요.
그런데 이 형제들이 마음이 틀어졌어요. "주공이 어린 조카를 핑계로 권력을 독차지한다"며 화를 냈죠. 결국 자기들이 감시하던 상나라 왕의 아들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켰어요. 감시하라고 보낸 사람들이 도리어 함께 들고일어난 거예요. 이 사건이 바로 '삼감의 난'이에요.

주공은 도망치지 않았어요. 직접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가 반란을 진압했어요. 이 싸움은 꼬박 3년이 걸렸어요. 끝내 상나라 왕의 아들을 베고, 반란을 주도한 형은 죽이고, 다른 형제는 멀리 내쫓았죠. 형제와 칼을 겨눠야 했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지만, 나라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반란을 가라앉힌 뒤가 더 중요해요. 주공은 힘으로만 누르면 또 터진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규칙을 차근차근 만들었어요. 누가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인지, 제사는 어떻게 지내고 잔치에서는 어떤 음악을 쓰는지까지요. 이렇게 정한 예절과 음악의 질서를 '예악'이라고 불러요. 운동회 전에 줄 서는 법과 응원가를 정해 두면 수백 명이 뒤엉키지 않는 것과 같아요.

주공은 한 가지 생각을 또렷하게 다듬었어요. 바로 '천명', 곧 하늘의 뜻이에요.
왕이 왕인 이유가 뭘까요? 주공은 이렇게 답했어요. 하늘이 착하고 백성을 아끼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기는 거라고요. 그러니 왕이 못되게 굴어 백성을 괴롭히면, 하늘은 그 자리를 거둬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는 거예요. 힘이 세다고 영원히 왕인 게 아니라, 잘 다스려야 자격이 유지된다는 생각이죠. 이건 훗날 공자를 비롯한 유교 사상의 밑바탕이 됐어요. 실제로 공자는 주공을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꼽았어요.
그리고 주공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기 진심을 보여 줬어요. 7년 동안 나라를 대신 다스린 뒤, 조카 성왕이 어른이 되자 권력을 깨끗이 돌려주고 신하의 자리로 내려왔거든요. 그토록 큰 힘을 쥐었던 사람이, 때가 되자 스스로 손을 놓은 거예요.

주공은 어린 조카를 대신해 나라를 맡았다가 형제들의 반란까지 겪은 사람이에요. 의심받고 칼을 겨누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힘을 자기 것으로 챙기는 대신 질서를 세우고 때가 되자 왕좌를 돌려줬어요. 예악으로 사람 사이의 규칙을 만들고, 천명으로 '잘 다스려야 권력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남긴 것, 이 두 가지가 훗날 동양 정치의 마음가짐이 됐어요. 3천 년이 지난 지금도 주공이 기억되는 건 가장 센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가진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 줬기 때문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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