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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공자가 나이 들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많이 약해졌구나. 꿈에서 주공을 뵌 지가 너무 오래되었어." 보통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자꾸 꿈에서 보고 싶어 하잖아요. 공자에게는 그 사람이 바로 주공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좀 이상하지 않나요?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난 사람인데, 주공은 그보다 500년쯤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사람이에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까마득한 옛날 사람을 평생의 스승처럼 그리워한 거죠.
도대체 주공이 뭘 했길래 500년 뒤의 천재가 꿈에서까지 만나고 싶어 했을까요? 오늘은 그 사람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볼게요.

주공의 이름은 단이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동생이었어요. 형 무왕이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세웠는데, 나라를 세운 지 2~3년밖에 안 돼 그만 병으로 죽고 말아요. 문제는 뒤를 이을 아들, 그러니까 성왕이 아직 어린아이였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큰 회사를 막 차린 사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후계자인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그럼 옆에 있던 똑똑한 작은아버지가 회사를 통째로 가로채기 딱 좋겠죠. 실제로 옛날 중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권력을 빼앗는 일이 흔했어요.
게다가 주공이 어린 조카를 대신해 나라를 맡자, 다른 형제들이 "저러다 자리를 빼앗으려는 거다"라며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의심받기 딱 좋은 자리였던 거죠. 그런데도 주공은 반란을 가라앉힌 뒤, 7년 동안 조카를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다가, 조카가 어른이 되자 권력을 깨끗이 돌려주고 신하의 자리로 내려왔어요. 가질 수 있는 걸 스스로 내려놓은 거예요. 이 한 장면이 두고두고 사람들 마음에 남았어요.

주공이 남긴 가장 큰 생각 중 하나가 '천명'이에요. 글자 그대로 하면 하늘의 명령이라는 뜻이에요.
이걸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어떤 가게가 장사가 잘되는 건 사장이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손님한테 잘하고 정직하게 팔기 때문이잖아요. 손님 마음이 떠나면 가게는 망하고요. 주공은 나라도 똑같다고 봤어요. 하늘은 아무 왕한테나 나라를 맡기는 게 아니라, 백성을 잘 보살피는 어진 사람한테 맡긴다는 거죠. 그리고 왕이 못되게 굴면 하늘은 그 자격을 거둬서 다른 사람한테 넘긴다고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주나라가 상나라를 무너뜨린 일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힘이 세서 이긴 게 아니라, 상나라 마지막 왕이 백성을 괴롭혀서 하늘이 등을 돌린 거다." 권력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경고가 왕 자신한테 박히는 거예요. 왕이라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게 아니라, 잘못하면 그 자리를 잃는다는 거니까요. 3000년 전에 이미 '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 셈이죠.

주공이 한 또 하나의 큰 일은 '예악'을 정리한 거예요. 예는 예절과 제도, 악은 음악을 말해요.
요즘으로 치면 이건 사회의 규칙 모음집 같은 거예요. 결혼식에서 어떻게 하고, 제사는 어떤 순서로 지내고,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지, 이런 걸 하나하나 정해 둔 거죠. 운동 경기에 규칙이 없으면 싸움판이 되듯이, 사람 사이에도 약속된 틀이 있어야 서로 부딪치지 않고 살 수 있잖아요. 주공은 그 틀을 나라 전체에 깔았어요.
음악을 넣은 게 특히 재미있어요. 규칙만 빡빡하면 사람들이 답답해하니까, 함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맞추게 한 거예요. 차가운 규칙과 따뜻한 정을 같이 묶은 셈이죠. 이 예악이 나중에 유교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예' 사상의 뿌리가 돼요.

이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공자가 살던 시대는 나라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고 서로 싸우던 어지러운 때였어요. 약속도 질서도 다 무너져 가던 시절이죠.
공자가 보기에 주공은 정반대였어요. 욕심내지 않고 권력을 내려놓았고, 힘이 아니라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고,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질서를 만들었으니까요. 공자한테 주공은 '이렇게만 하면 세상이 잘 굴러간다'를 실제로 보여 준 단 한 명의 본보기였어요. 그래서 꿈에서라도 그를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를 못 본다는 건,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 싶다는 자기 안의 그 꿈이 식어 간다는 쓸쓸함이기도 했고요.

주공은 왕이 될 수 있었지만 조카에게 자리를 돌려준 사람이고, 나라는 힘이 아니라 백성을 보살피는 덕으로 지킨다는 천명 생각을 남겼고, 예와 악으로 사람 사이의 질서를 세운 사람이에요. 유교가 생기기 한참 전에 이미 유교가 말하려던 것의 원형을 만들어 둔 셈이죠. 공자가 꿈에서까지 그리워했다는 한마디만 기억해도 충분해요. 어떤 사람은 세상을 떠난 지 500년이 지나도, 누군가의 마음속 스승으로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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