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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옆집에서 떡을 한 접시 받으면, 우리는 보통 빈 그릇으로 돌려보내지 않아요. 며칠 뒤에 과일이라도 담아서 보내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냥 마음이 그렇게 움직여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무언가를 주고받는 방식만 잘 들여다봐도, 그 사회가 어떤 모양으로 굴러가는지 거의 다 보인다고 말한 사람이 있어요.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이에요. 이름이 낯설죠. 오늘은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떡 접시에서 출발해 천천히 풀어 볼게요.

가라타니 고진은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났어요. 2026년 지금도 살아 있는, 여든이 훌쩍 넘은 사람이에요. 그는 처음부터 거창한 정치 이야기를 한 게 아니에요. 출발은 문학비평가였어요. 소설을 읽고 이 작품이 왜 좋은지, 무엇을 건드리는지를 따져 쓰는 일이죠. 스물여덟 살이던 1969년에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다룬 글로 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어요.
그런데 그는 점점 더 큰 질문으로 옮겨 갔어요. 소설 한 편이 왜 이렇게 쓰였느냐를 넘어서, 사회 전체가 왜 이런 모습이냐를 묻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문학비평으로 출발해 정치철학까지 한 줄로 잇는, 보기 드문 사상가가 되었어요. 2022년에는 철학 분야에서 큰 상으로 꼽히는 버그루엔상을 받기도 했어요. 상금이 우리 돈으로 십억 원이 넘는 상이에요.

많은 학자들은 사회를 설명할 때 '무엇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봤어요. 농사를 짓는 사회냐, 공장을 돌리는 사회냐 하는 식이죠. 가라타니는 여기서 눈을 살짝 돌렸어요. 만드는 방식 말고 주고받는 방식을 보자고 한 거예요.
생각해 보면 같은 빵 한 덩이라도, 엄마가 그냥 쥐여 주는 빵과 가게에서 돈 주고 산 빵은 우리 사이를 아주 다르게 묶어요. 하나는 고마움으로, 하나는 거래로 이어지죠. 그러니까 무엇을 주고받느냐보다 어떻게 주고받느냐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정한다는 거예요. 이 작은 차이가 가라타니 생각의 출발점이에요.

가라타니는 주고받는 방식을 크게 넷으로 나눴어요. 첫째는 선물과 답례예요. 떡을 받으면 과일로 갚는, 가족이나 오래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둘째는 힘센 쪽이 빼앗는 대신 지켜 주는 방식이에요. 세금을 걷어 가는 대신 도둑과 적을 막아 주는 나라가 여기 들어가요. 셋째는 값을 치르고 사고파는 방식이에요. 우리가 매일 마트와 가게에서 하는 일, 곧 시장과 돈의 세계죠.
이 세 가지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데 뒤섞여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든다고 봤어요. 나라가 있고, 시장이 있고, 돈이 불어나는 자본이 있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그 모습이요.

그런데 가라타니는 넷째를 하나 더 두었어요. 이게 핵심이에요. 첫 번째였던 선물과 답례가, 좁은 마을을 넘어 훨씬 넓은 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에요. 누가 누구를 힘으로 누르지도 않고, 돈으로 사람을 줄 세우지도 않으면서, 서로 돕는 마음을 온 세계 크기로 키운 상태죠.
아직 지구 어디에도 다 이뤄지진 않았어요. 그래서 가라타니도 이걸 '이미 있는 것'이 아니라 '자꾸 바라게 되는 방향'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요. 잡힐 듯 안 잡히지만 사람들이 계속 손을 뻗는 그런 자리예요.

이 네 번째 방식을 나라와 나라 사이로 넓힌 그림이 바로 세계공화국이에요. 지금은 나라마다 군대를 들고 서로를 경계하죠. 가라타니는 오래전 철학자 칸트가 꿈꿨던 생각을 다시 꺼내 와요. 각 나라가 제 힘을 조금씩 내놓아 전쟁을 멈추고, 서로 돕는 큰 울타리를 만들자는 거예요.
한 나라가 온 세계를 거느리는 제국이 아니에요. 오히려 여러 나라가 나란히 손잡는 모임에 가까워요. 당장 내일 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어느 쪽으로 걸어가야 하는지를 가리키는 북극성 같은 거라고 보면 돼요.

가라타니 고진은 소설을 읽던 비평가에서 세상을 읽는 사상가로 옮겨 간 사람이에요. 그는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주고받느냐로 사회를 보자고 했고, 선물과 답례, 빼앗고 지켜 주기, 사고팔기, 그리고 서로 돕는 마음이 넓어진 네 번째 방식으로 세상을 나눴어요. 그 네 번째를 나라들 사이로까지 키운 꿈이 바로 세계공화국이고요. 다음에 누군가에게 빈 그릇을 돌려보내기가 괜히 미안해지거든, 그 작은 마음이 바로 가라타니가 세계만 한 크기로 키우고 싶어 했던 그것임을 떠올려 보세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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