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거울 단계 이론은 박수가 아니라 종료벨 소리와 함께 세상에 나왔어요.
1936년, 프랑스의 젊은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은 마리엔바드에서 열린 국제정신분석학회 총회 무대에 올랐어요.
그는 "거울 단계"라는 새 이론을 발표하려고 했죠.
거울 단계란 쉽게 말해 이런 거예요. 아기가 처음 거울에서 자신을 보는 순간, "아, 저게 나구나"라고 느끼는 바로 그 찰나부터 자아가 형성된다는 이론이에요.
그런데 10분이 지나자 의장이 손을 들었어요.
당시 의장이던 어니스트 존스, 프로이트의 수제자이자 공식 전기 작가가 발표를 중단시켰어요.
라캉은 무대에서 끌려 내려오다시피 했고, 원고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어요.
오늘날로 치면 대학 입시 면접에서 평생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다가 면접관이 "시간 다 됐어요"라며 말을 끊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훗날 교과서에 실리는 경우죠.
거울 단계는 지금 심리학·철학·문화이론 어디서나 인용되는 개념이지만, 세상에 처음 나온 날은 그렇게 조용히, 그리고 무례하게 끊겼어요.

라캉의 세션은 짧을수록 비쌌고, 그것이 그를 정신분석의 정통에서 추방시켰어요.
정신분석 상담은 보통 50분이에요.
프로이트 때부터 이어온 불문율이죠.
하지만 라캉은 어떤 환자를 5분, 심지어 단 몇 마디만 나눈 뒤 "오늘은 여기까지요"라고 말하고 내보냈어요.
이게 그의 '가변 세션'이에요.
라캉의 논리는 이랬어요. "사람은 말을 하다가 뭔가가 딱 끊기는 순간, 바로 그때 무의식이 드러나요. 50분을 꽉 채운다고 치료가 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핵심 언어가 터져 나왔다 싶으면, 시간에 관계없이 세션을 끝냈어요.
그런데 요금은 그대로 받았어요.
1시간 예약하고 5분 만에 나오는데 청구서는 동일하게 나온 거예요.
1963년, 국제정신분석협회(IPA)는 이 관행을 이유로 라캉을 공식 교육분석가 명단에서 영구 제명했어요.
제명이란 단순히 회원에서 잘리는 게 아니에요.
IPA 자격이 없으면 라캉에게 배운 제자들도 국제 공인 분석가로 인정받지 못해요.
그가 가르친 모든 사람의 자격이 연대 취소되는 셈이에요.

라캉의 저작 대부분은 그가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받아 적은 것이에요.
협회에서 쫓겨나자, 라캉은 방향을 바꿨어요.
1964년, 자신의 학파인 파리 프로이트 학파(École Freudienne de Paris)를 직접 세웠어요.
그리고 매주 공개 세미나를 열기 시작했어요.
이 세미나는 27년간 계속됐어요.
철학자 미셸 푸코,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 훗날의 슬라보예 지젝까지 청중이 됐어요.
강의실은 늘 만석이었고, 서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어요.
그런데 라캉은 책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그의 주요 저작으로 알려진 『에크리(Écrits)』는 논문 묶음이고, 핵심으로 꼽히는 세미나 시리즈는 그가 직접 쓴 게 아니에요.
사위인 자크알랭 밀레가 수십 년 치 녹취를 편집해서 출판한 거예요.
라캉은 말했어요. "정신분석은 글로 굳으면 안 돼요. 말이 흘러야 해요."
실제로 그의 강의 텍스트는 구어체 그대로예요. 문장이 끊기고, 말이 방향을 바꾸고,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다 혼자 딴 곳으로 가버려요.
평생 책 한 권 제대로 쓰지 않은 사람이 말 한마디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을 매주 강의실에 불러 모은 거예요.

라캉은 자기 사상이 학교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학교를 직접 닫았어요.
1980년 1월, 라캉은 편지 한 통을 파리 프로이트 학파 회원들에게 보냈어요.
내용은 단 하나였어요. "학파를 해산합니다."
16년간 함께 키운 조직이 편지 한 통으로 끝난 거예요.
제자들은 항의 소송을 걸었어요.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라캉은 이듬해인 1981년 9월, 세상을 떠났어요.
왜 그랬을까요.
라캉이 남긴 설명은 이랬어요. "기관이 굳으면, 분석은 끝이에요. 내가 만든 제도가 나를 배반하기 전에 내가 먼저 끝내야 해요."
정신분석이 살아 있으려면 제도화되면 안 된다는 걸, 창시자가 직접 몸으로 증명하려 한 거예요.
평생 만든 회사를 은퇴식 대신 폐업으로 마무리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난 창업자를 생각하면 이 선택이 조금은 이해돼요.
라캉은 자기가 만든 것이 자기를 가리기 시작하면 끝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러니 남은 질문은 이거예요. 당신이 만든 것이 당신을 대신 말하기 시작할 때, 그게 성공인가요, 아니면 그때부터가 위험인가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1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