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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해 본 적 있나요. 좋은 패가 들어오면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고, 나쁜 패가 들어오면 한숨이 새어 나오죠. 그 작은 표정 하나 때문에 패를 다 들킨 적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게임을 잘하는 사람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똑같은 얼굴을 합니다. 흔히 말하는 포커페이스예요.
그런데 카드 게임이 아니라 삶 전체를, 그것도 목숨을 건 자리에서 그렇게 살라고 가르친 사람이 있었어요. 일본 에도 시대의 무사, 야마모토 쓰네토모입니다.

쓰네토모는 1659년부터 1719년까지 예순 해를 살았던 사람이에요. 지금의 일본 규슈 사가 지역, 나베시마 가문을 섬기던 사무라이였습니다. 그는 주군 나베시마 미쓰시게를 깊이 따랐어요.
1700년, 그 주군이 세상을 떠납니다. 쓰네토모는 주군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요. 옛 무사들 사이에는 그런 풍습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당시에는 그 일이 이미 금지돼 있었습니다. 그는 죽지 못했고, 대신 머리를 깎고 산속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시작해요.
조용히 살던 그를 한 젊은 무사가 찾아옵니다. 다시로 쓰라모토라는 사람이었어요. 1709년 무렵부터 7년 동안, 쓰라모토는 쓰네토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곁에서 받아 적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말들이 한 권의 책이 됐어요.

그 책 이름이 '하가쿠레'예요. 우리말로 풀면 '잎 그늘에 숨은' 정도의 뜻입니다. 나무 잎사귀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 즉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섬기는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에요.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한마디가 있어요. '무사의 길이란 죽는 것이다.'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죽으라고 부추기는 말이 아니에요. 매일 아침 '오늘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살면, 사소한 욕심과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 할 일에 온 마음을 쏟게 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죽음을 늘 곁에 두는 것은, 사실은 똑바로 살기 위한 마음가짐이었어요.

쓰네토모가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을 얼굴에 내보이지 않는 일이었어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워요. 마음속 슬픔이나 화를 억지로 짓누르고 참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겉으로는 늘 단정한 얼굴을 지키라는 가르침에 가까워요.
하가쿠레에는 놀랄 만큼 구체적인 조언이 있어요. 소매 속에 볼에 바르는 분을 조금 넣어 다니라는 거예요. 술이 덜 깼거나 막 잠에서 깼을 때 안색이 창백해 보일 수 있으니, 그럴 때 살짝 발라 혈색을 꾸미라는 거죠. 오늘날로 치면 피곤한 날 거울 보며 표정을 가다듬는 것과 비슷해요.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무사에게 얼굴은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지치고 두려운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면 곁의 사람들이 불안해지고, 자신을 노리는 상대에게는 빈틈을 보이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안색 하나까지 다스리는 것을, 그는 무사가 갈고닦아야 할 수련으로 봤어요.

이 생각은 멋부리기가 아니에요. 감정이란 건 자주 우리를 휘두르죠. 화가 나면 말이 거칠어지고, 무서우면 손이 떨립니다. 쓰네토모는 그 흔들림을 남에게 보이지 않는 연습을 통해, 마음 자체를 단단하게 붙드는 길을 가리켰어요. 겉을 가다듬는 일이 결국 속을 다스리는 훈련이 되는 거예요.
물론 이건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는 솔직함과는 반대편에 선 가치라,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옳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다만 중요한 자리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한 번쯤 다잡아 본 사람이라면, 그가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야마모토 쓰네토모는 주군을 따라 죽지 못한 무사였고, 산속에서 들려준 그의 말은 하가쿠레라는 책으로 남았어요. 그가 말한 감정을 숨기는 무사도는, 속마음을 억누르라는 게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단정한 얼굴을 지켜 마음의 흔들림까지 다스리려는 수련이었습니다. 볼에 바를 분을 소매에 넣고 다니던 그 작은 습관 하나가, 죽음을 늘 곁에 두고 똑바로 살려던 한 사람의 마음가짐을 보여 주고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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