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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피리 소리를 들어 본 적 있나요? 어떤 피리는 속이 텅 빈 갈대를 잘라서 만들어요. 800년쯤 전, 페르시아 말을 쓰던 한 시인은 이 갈대피리 소리를 듣고 이렇게 말했어요. "갈대가 우는 건, 원래 자라던 갈대밭에서 잘려 나왔기 때문이야."
좀 이상하죠? 피리가 운다니요. 그런데 이 짧은 한마디 안에, 그 시인이 평생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거의 다 들어 있어요. 우리도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와, 마음 한구석으로는 늘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이 시인의 이름이 바로 루미예요. 오늘은 루미가 어떤 사람이었고, 왜 8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그의 시를 읽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루미는 1207년에 태어났어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부근, 발흐라는 도시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종교를 가르치던 학자였고요.
루미가 어릴 때, 동쪽에서 무서운 군대가 밀려왔어요. 칭기즈 칸이 이끌던 몽골 군대였죠. 루미네 가족은 짐을 싸서 서쪽으로, 또 서쪽으로 도망쳤어요.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에 걸친 긴 피난길이었어요. 그렇게 흘러 흘러 마침내 도착한 곳이,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 있는 코니아라는 도시였어요. 루미는 거기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학자가 되었고, 사람들을 가르치며 점잖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어요. 여기까지는 시인이 될 낌새가 전혀 없는 삶이었죠.

루미의 인생은 마흔 즈음, 한 사람을 만나면서 완전히 뒤집혀요. 이곳저곳을 떠돌던 수행자 '샴스'라는 사람이었어요.
둘은 만나자마자 며칠이고 방에 틀어박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요. 루미에게 샴스는 그냥 친한 친구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통째로 바꿔 준 사람이었어요. 책과 규칙만 알던 점잖은 학자 루미가, 이 만남을 계기로 갑자기 시를 쏟아내기 시작해요.
그런데 샴스는 몇 년 만에 홀연히 사라져요.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요. 루미는 그 텅 빈 자리를 시로 채웠어요. 보고 싶은 마음,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하다 보니, 그게 처음에 말한 갈대피리 이야기와 똑같아졌어요. 떨어져 나온 것은 자꾸만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 말이에요.

루미는 '수피'라고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 수피는 이슬람교를 믿되, 규칙을 글자 그대로 지키는 것보다 신을 직접 사랑으로 느끼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 사람들이에요.
말이 좀 어렵죠? 쉽게 비유해 볼게요. 누군가를 진짜로 깊이 사랑하면, 그 사람과 하나가 된 것처럼 '나'라는 벽이 잠깐 사라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루미는 신을 그렇게 사랑하면, 나와 신 사이를 가로막던 벽도 녹아서 하나가 된다고 봤어요. 그래서 그의 시에서 '사랑'은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고, 동시에 신에게 돌아가는 길이기도 해요. 갈대가 갈대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듯이요.
루미가 대단한 점은, 이렇게 어려운 생각을 어려운 말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거예요. 누구나 아는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말로 풀었거든요. 그래서 종교가 다른 사람도, 어린아이도 그의 시 한 줄에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그가 쓴 '마스나비'라는 시집은 두 줄짜리 짧은 시가 무려 2만 5천 개쯤 이어진, 어마어마하게 긴 작품이에요. 책 여섯 권 분량이죠.

루미를 따르던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을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만들었어요. 하얗고 긴 치마 같은 옷을 입고, 한쪽 손은 하늘로 다른 손은 땅으로 향한 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춤이에요.
왜 돌까요? 한참 도는 동안 어지러워지면서 '나'라는 생각이 차츰 흐려지고, 그 빈자리에 신을 향한 마음만 남는다고 믿었거든요. 머리로 외우는 기도가 아니라, 온몸으로 드리는 기도인 셈이에요. 이 춤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튀르키예에 가면 직접 볼 수 있어요. 시가 글자에 머물지 않고 사람의 몸짓이 된 드문 경우예요.

루미는 800년 전, 갈대피리가 우는 까닭에 빗대어 사람 마음을 설명한 시인이에요. 우리는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왔고, 사랑은 그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거죠. 어려운 교리 대신 누구나 아는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말로 깊은 생각을 풀어냈기 때문에, 그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요. 다음에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리면, 저 소리는 무엇을 그리워하는 걸까 하고 한 번쯤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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