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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무사라고 하면 보통 갑옷을 입고 전쟁터를 달리는 모습을 떠올려요. 그런데 오늘 만날 사람은 평생 칼을 거의 뽑아 본 적이 없는 무사예요. 야마모토 쓰네토모는 1659년부터 1719년까지, 큰 전쟁이 멈춘 일본의 에도 시대를 살았거든요. 그가 모신 사가 지역의 영주 집안도 전쟁이 아니라 서류와 행정으로 돌아가는 시대였죠.
쉽게 말하면 이런 상황이에요. 불을 끄려고 평생 훈련한 소방관인데, 동네에 불이 한 번도 안 나는 거예요. 그럼 그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칼 쓸 일이 없어진 무사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어요. 쓰네토모가 평생 붙들고 씨름한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어요.

쓰네토모는 자기가 모시던 영주를 무척 따랐어요. 어릴 때부터 곁에서 시중을 들었으니, 우리로 치면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자 평생의 주인 같은 사람이었죠. 그런데 1700년, 그 영주가 세상을 떠나요.
그 시절 무사들 사이에는 주군이 죽으면 신하도 따라 목숨을 끊는 풍습이 있었어요. 이걸 '준시'라고 불렀는데, 충성을 보이는 가장 강한 방법으로 여겨졌죠. 쓰네토모도 그렇게 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즈음 나라에서는 이 풍습을 법으로 금지했고, 영주 본인도 따라 죽지 말라는 뜻을 남긴 상태였어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게 된 거예요.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막혔을 때,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쓰네토모는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어, 마을에서 떨어진 산속 오두막으로 들어가요. 마흔이 갓 넘은 나이였어요.

혼자 조용히 늙어 갈 줄 알았던 그에게 손님이 찾아와요. 다시로 쓰라모토라는 젊은 무사였어요. 이 청년은 약 7년 동안, 그러니까 1709년부터 1716년까지 쓰네토모의 오두막을 드나들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었어요.
나이 든 무사가 인생에서 배운 것들, 무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죠. 마치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누군가 옆에서 꼼꼼히 공책에 옮긴 셈이에요. 그렇게 쌓인 기록이 책이 되었고, 제목이 '하가쿠레'예요. '나뭇잎에 가려진다'는 뜻인데,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그늘에서 묵묵히 살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해요.

하가쿠레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이거예요. "무사의 길이란 죽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처음 들으면 무섭게 들리죠. 죽으라는 말 같으니까요. 그런데 쓰네토모가 하려던 말은 좀 달라요.
이렇게 생각해 봐요. 내일이 시험 마지막 날이라고 정해 두면, 오늘 딴짓이 줄고 한 문제 한 문제가 소중해져요. 끝을 또렷이 의식할 때 오히려 지금이 진해지는 거죠. 쓰네토모는 무사에게 그 끝을 죽음으로 두라고 한 거예요. 매일 아침 '나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마음먹으면, 욕심이나 망설임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온전히 뛰어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말은 죽음을 재촉하는 말이 아니라, 두려움을 미리 치워 두고 오늘을 똑바로 살자는 말에 가까워요. 죽음을 늘 생각함으로써 도리어 가장 살아 있게 되는 역설이죠.

쓰네토모는 칼을 휘두른 영웅이 아니에요. 오히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못 하고, 산으로 물러난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그의 이야기가 300년 넘게 읽히는 이유가 있어요.
전쟁이 사라진 시대에 '무사로 산다는 게 무슨 의미냐'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에요. 싸울 적이 없어도, 마음가짐 하나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법을 고민한 거죠. 우리도 비슷해요.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하루에도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살 것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남으니까요.

야마모토 쓰네토모는 전쟁 없는 시대를 산 무사였고, 따르던 영주를 따라 죽으려다 길이 막히자 머리를 깎고 산속 승려가 된 사람이에요. 그 오두막에서 7년간 들려준 이야기가 책 하가쿠레가 되었고, '무사의 길은 죽음 속에 있다'는 문장으로 사무라이의 마음가짐을 정리했어요. 이 말은 죽으라는 뜻이 아니라, 끝을 또렷이 의식할 때 오늘을 가장 진하게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어요. 칼이 아니라 마음으로 자기 자리를 지킨 사람, 그렇게 기억하면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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