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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누가 "죽을 각오로 살아라"라고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칼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장면일 수도 있고, "죽기 살기로 시험공부 해" 같은 잔소리일 수도 있어요. 둘 다 어딘가 비장하고 부담스럽죠.
그런데 300년쯤 전 일본에 이 말을 평생의 화두로 삼은 사람이 있었어요. 야마모토 쓰네토모라는 사무라이예요. 그가 남긴 말은 한술 더 떠요. "무사의 길이란 죽는 것임을 알았다." 처음 들으면 "그래서 죽으라는 거야?" 싶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말은 죽으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잘 살아 보자는 이야기였어요.

먼저 이 사람이 누구인지부터요. 야마모토 쓰네토모는 1659년에 태어나 1719년에 세상을 떠난, 일본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예요. 지금의 규슈 사가 지역에서 나베시마 가문을 모시던 무사였죠.
재미있는 건, 그가 평생 큰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에도 시대는 200년 넘게 큰 싸움이 없던 평화로운 시기였거든요. 칼을 차고 다닐 일은 있어도 휘두를 일은 거의 없는, 말하자면 싸움 없는 시대의 무사였던 셈이에요.
쓰네토모가 마흔두 살이던 1700년, 그가 모시던 주군이 세상을 떠났어요. 옛 사무라이라면 주군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풍습도 있었지만, 그건 이미 나라에서 금지한 상태였죠. 그래서 그는 칼을 내려놓고 머리를 깎은 뒤, 산속 작은 암자로 들어가 조용히 지내게 됩니다.

쓰네토모가 이름을 남긴 건 칼솜씨 때문이 아니라 한 권의 책 때문이에요. 산에서 지내던 그를 다시로 쓰라모토라는 젊은 사무라이가 찾아와요. 그리고 쓰네토모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7년 가까이 곁에서 받아 적습니다. 1716년쯤 묶인 이 기록이 바로 하가쿠레예요. '잎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는 뜻의 제목이죠.
이 책은 거창한 이론서가 아니에요. 무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윗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화가 날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같은 일상의 조언이 잔뜩 담긴 잡담집에 가까워요. 그 많은 이야기를 하나로 꿰는 실이 바로 죽음을 각오하는 삶이었습니다.

이제 핵심이에요. 쓰네토모가 말한 죽음의 각오는, 죽고 싶어 하라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죽음을 미리 한 번 겪어 두라는 쪽에 가까워요.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시험을 앞두고 "떨어지면 어쩌지" 하고 벌벌 떨면 아는 문제도 틀리죠. 그런데 "떨어져도 괜찮아, 다시 보면 돼" 하고 마음을 비우면 오히려 손이 안 떨려요. 최악의 결과를 미리 받아들이고 나면, 지금 할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거든요.
쓰네토모는 이걸 죽음에 그대로 적용했어요. 그는 매일 아침, 자기가 여러 방식으로 죽는 모습을 차분히 상상해 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죽음을 미리 마주해 두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무서워서 머뭇거리지 않게 된다는 거죠.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눈치 보지 않고, 핑계 대지 않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해낼 수 있다고 본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죽음을 향한 철학이 아니라, 사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던 셈이에요.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전쟁도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굳이 죽음을 매일 떠올리라니요.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몰라요. 싸울 일이 사라진 사무라이들은 점점 출세와 잇속을 따지는 관리처럼 변해 갔어요. 쓰네토모는 그게 영 못마땅했던 것 같아요. 목숨을 거는 각오가 사라지자 무사다움도 함께 흐려진다고 본 거죠.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라는 옛 정신을 다시 불러낸 거예요.
물론 이 가르침에는 위태로운 구석도 있어요. 주군을 위해 목숨을 던지라는 대목은 오늘의 눈으로 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훗날 전쟁에 악용되기도 했죠. 그래서 하가쿠레는 멋진 삶의 태도와 무서운 충성 윤리를 동시에 품은, 한쪽으로만 읽으면 안 되는 책이에요.

야마모토 쓰네토모는 전쟁을 겪지 않은 평화로운 시대의 사무라이였고, 산속 암자에서 7년에 걸쳐 받아 적게 한 하가쿠레로 죽음을 각오하는 삶을 정리한 사람이에요. 그가 말한 죽음의 각오는 죽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죽음을 미리 받아들여 두려움을 비우고 오늘 할 일에 집중하자는 삶의 태도였어요. 시험 앞에서 결과를 내려놓아야 손이 안 떨리듯, 끝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지금이 또렷해진다는 거죠. 다만 그 안에는 충성을 위해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위험한 면도 함께 있어서, 좋은 부분과 경계할 부분을 나눠 읽는 게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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