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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하는데 손에 엄청 좋은 패가 들어왔다고 해볼게요. 속으로는 신나서 펄쩍 뛰고 싶지만, 얼굴에 그게 드러나면 다들 눈치채고 게임이 시시해지죠.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숨겨요. 시험을 망쳐서 울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가서 몰래 마음을 추스르고 나오는 것도 비슷하고요.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일본에, 이 '표정 숨기기'를 한순간의 요령이 아니라 평생의 삶의 태도로까지 끌어올린 사람이 있었어요. 야마모토 쓰네토모예요. 그가 남긴 가르침이 바로 '감정을 숨기는 무사도'라고 불려요. 오늘은 이 사람과 그 가르침을 천천히 풀어 볼게요.

쓰네토모는 1659년에 태어나 1719년에 세상을 떠난 무사예요. 에도 시대라고, 일본에서 사무라이가 칼을 차고 다니던 시절이죠. 그는 사가 지역의 영주 나베시마 미쓰시게를 모시는 신하였어요.
그런데 1700년에 모시던 영주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요. 옛날 사무라이 중에는 주군이 죽으면 뒤따라 죽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무렵엔 이미 그게 법으로 금지돼 있었고 영주 본인도 하지 말라고 일러 두었어요. 그래서 쓰네토모는 죽는 대신 머리를 깎고 산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지냈어요. 마흔이 갓 넘은 나이였죠.
그 산속으로 한 후배가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고, 그게 약 7년 동안 차곡차곡 쌓였어요. 후배가 그 말을 받아 적어 책으로 묶은 게 바로 『하가쿠레』예요. '잎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는 뜻인데, 열한 권에 천 개가 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하가쿠레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무사도란 죽는 것이라고 깨달았다"예요. 글자만 보면 무섭지만, 진짜로 죽으라는 말이 아니에요.
아침마다 '오늘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한 번 떠올려 두면, 막상 무서운 일이 닥쳤을 때 덜 흔들린다는 거예요. 소풍 가기 전날 '비가 올 수도 있겠다' 미리 마음먹어 두면, 정말 비가 와도 덜 실망하는 것과 비슷해요. 최악을 먼저 받아들여 두면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거죠. 쓰네토모에게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무서워하라는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미리 만들어 두라는 뜻이었어요.

여기서 '감정을 숨기는 무사도'가 나와요. 쓰네토모는 사무라이라면 기쁘다고 헤벌쭉 웃거나 무섭다고 벌벌 떠는 걸 얼굴에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고 했어요.
자주 오해하는데, 이건 감정을 아예 없애라는 게 아니에요. 로봇이 되라는 말이 아니라, 감정에 끌려다니지 말라는 뜻에 가까워요.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 소리부터 지르면 될 일도 망치잖아요. 그 순간 숨을 한 번 고르고 표정을 가다듬는 연습을 해 두면, 중요한 고비에서 내가 나를 다스릴 수 있게 돼요.
축구 선수가 골을 먹어도 무너진 표정을 안 보이려 애쓰는 것과 같아요. 얼굴이 흔들리면 상대팀은 신나고 우리 팀은 더 주눅 들거든요. 쓰네토모에게 표정 관리는 곧 마음 관리였어요.

하가쿠레에는 이런 말도 있어요.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기면 일곱 번 숨 쉬는 사이에 정하라는 거예요. 너무 오래 재고 따지면 마음이 흔들리고 핑계가 생기니까, 짧게 끊어 결단하라는 뜻이죠.
이것도 감정 다스리기와 이어져요. 망설임이 길어질수록 두려움이나 욕심 같은 감정이 끼어들 틈이 커지거든요. 발표 순서를 기다릴 때 오래 머뭇거릴수록 더 떨리는 것과 비슷해요. 쓰네토모는 표정을 가다듬는 것뿐 아니라, 결정을 짧게 끊어내는 것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봤어요.

사실 하가쿠레는 나온 뒤로 오랫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사가 지역 사무라이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읽히다가, 200년 넘게 지나 20세기 들어서야 일본 전체에 널리 퍼졌죠. 그 과정에서 '감정을 숨기고 죽음을 각오하라'는 부분이 전쟁에 이용되며 위험하게 쓰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풀릴 수 있어요.
오늘 우리가 가져갈 부분은 칼이나 죽음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나를 다스리는 연습이에요. 슬픔이나 화를 무조건 꾹 눌러 참고 숨기라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잠깐 멈추고 바라볼 줄 아는 힘이요.

쓰네토모는 약 300년 전, 모시던 주군을 잃고 산으로 들어가 『하가쿠레』를 남긴 사무라이예요. 그가 말한 '감정을 숨기는 무사도'는 마음을 차갑게 비우라는 게 아니라,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나를 다스리는 훈련이었어요. 좋은 패가 들어와도 표정을 숨기듯, 기쁨도 두려움도 한 박자 멈추고 바라보는 연습. 그 한 박자가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그게 쓰네토모가 남긴 진짜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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