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레티우스가 신을 지우려 쓴 6권의 시
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생애는 거의 다 지워졌다
루크레티우스라는 시인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아는 건, 그가 7400행짜리 시 한 편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사실뿐이에요.
출생지가 어디인지, 어떤 신분이었는지, 언제 죽었는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
누군가의 인생 역작이 전해지는데, 그 사람의 위키백과 페이지가 거의 비어 있는 셈이에요.
우리에게 남은 흔적은 딱 두 개예요.
하나는 동시대를 살았던 철학자 키케로가 루크레티우스의 시를 편집했다고 짧게 언급한 한 줄.
다른 하나는 4세기 기독교 학자 성 히에로니무스가 남긴 전설적인 기록인데,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미쳐서 자살했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우주 전체를 설명하려 한 시인의 인생이, 정작 한 페이지도 채워지지 않았다는 게요.
그 공백이 오히려 그를 더 미스터리하게 만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