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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벨라르는 "의심함으로써 우리는 묻게 되고, 물음으로써 진리에 다다른다"고 본 중세 철학자예요. 신앙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대신 이성으로 하나하나 따져서 이해하려 했고, 그 태도가 중세 철학을 신학에만 갇혀 있던 자리에서 논리와 토론 쪽으로 크게 열어 놓았어요.

"의심함으로써 우리는 묻게 되고, 물음으로써 진리에 다다른다."
지금으로부터 900년쯤 전, 프랑스의 한 수도사가 남긴 말이에요.
이름은 피에르 아벨라르, 1079년부터 1142년까지 살았어요.
그가 살던 중세 유럽은 "믿음은 그냥 믿는 것"이라고 여기던 시대였어요.
그런데 아벨라르는 "따져 보고 나서 믿자"고 말했어요.
이 글에서는 이 사람이 무엇을 바꿨는지, 왜 오늘까지 이름이 남았는지를 쉬운 비유로 풀어 볼게요.

먼저 두 단어부터 풀어요.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는 마음이에요.
신이나 천국처럼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을 믿는 거죠.
이성은 "왜?", "어떻게 알아?" 하고 따져서 논리로 확인하는 힘이에요.
중세 사람들은 이 둘이 서로 싸우는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꾸 캐물으면 믿음이 흔들린다고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아벨라르는 둘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봤어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이 "이 약 먹으면 나아"라고 하면, 그냥 믿고 먹을 수도 있고 "왜 낫는데?" 하고 물어본 다음 이해하고 먹을 수도 있어요.
아벨라르는 이해하고 나서 믿는 쪽이 더 단단한 믿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해가 믿음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든든한 뿌리가 된다는 거죠.

아벨라르가 쓴 유명한 책이 있어요.
라틴어 제목은 『시크 에트 논』, 우리말로 옮기면 "그렇다와 아니다", 곧 긍정과 부정이에요.
이 책에서 그는 성경과 옛 교회 스승들의 글 가운데 서로 어긋나 보이는 문장을 158개나 골라서 양쪽에 나란히 놓았어요.
예를 들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문장과 "그러면 안 된다"는 문장을 딱 붙여 둔 거예요.
왜 이렇게 했을까요?
어느 쪽이 틀렸다고 공격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둘이 왜 달라 보일까?"를 독자가 스스로 캐묻게 만들려는 거였어요.
선생님이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이 둘이 왜 다른지 네가 한번 생각해 봐" 하고 숙제를 내주는 것과 비슷해요.
스스로 따져 보는 그 과정에서 진짜 이해가 자란다고 본 거죠.
아벨라르보다 조금 앞선 시대에 안셀무스라는 유명한 학자가 있었어요.
두 사람 다 이성을 소중히 여겼지만, 믿음과 이성 중 무엇을 앞세우느냐가 조금 달랐어요.
| 구분 | 안셀무스 | 아벨라르 |
|---|---|---|
| 믿음과 이성의 순서 | 먼저 믿고, 그다음 이해한다 | 먼저 따져 묻고, 그래서 더 단단히 믿는다 |
| 의심을 보는 눈 | 믿음이 흔들릴 위험 | 진리로 가는 출발점 |
안셀무스는 "믿기 위해 이해한다"고 했어요.
믿음이 먼저 자리를 잡고, 이해가 그 믿음을 돕는 방식이죠.
아벨라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의심하고 물어보는 일 자체를 진리로 가는 첫걸음으로 삼았어요.
의심을 겁내지 않았다는 점이 그를 남달라 보이게 했고, 그 때문에 당시 교회와 부딪쳐 두 번이나 자기 생각을 접으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어요.
지금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 속에 살아요.
"누가 그러던데", "인터넷에서 봤는데" 하는 말이 넘쳐 나죠.
이럴 때 그냥 믿어 버리면 가짜 정보에 쉽게 속아요.
아벨라르가 900년 전에 보여 준 태도가 바로 여기서 쓸모가 있어요.
"정말 그럴까? 근거가 뭐지?" 하고 한 번 더 따져 보는 습관이요.
그의 이런 방법은 훗날 유럽 대학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맞대어 놓고 토론하는 공부법의 밑바탕이 되었어요.
정답을 외우는 대신 질문하고 따지는 힘, 그게 아벨라르가 남긴 선물이에요.
아벨라르는 중세 한복판에서 "믿기 전에 먼저 따져 묻자"고 말한 철학자예요.
이성과 신앙을 싸우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돕는 친구로 보았고, 『긍정과 부정』에서 어긋나 보이는 문장들을 나란히 놓아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의심을 진리의 출발점으로 삼은 그 태도는 대학 토론 문화로 이어졌고, 정보가 넘치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근거를 묻는 힘"이 왜 중요한지 조용히 일러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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