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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보에티우스는 억울하게 사형을 기다리던 감옥에서 『철학의 위안』을 썼고, 운명이란 원래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것이라 참된 행복은 그렇게 빼앗길 수 있는 것 바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지금부터 1500년쯤 전, 로마의 높은 관리 한 사람이 감옥에 갇혔어요.
나라의 최고위직까지 오른 학자였는데, 왕을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고 제대로 된 재판도 못 받은 채 사형을 기다리게 됐지요.
이 사람이 보에티우스예요.
480년 무렵에 태어나 524년 무렵 세상을 떠났으니, 마흔넷 언저리에 억울하게 죽은 셈이에요.
놀라운 건, 그가 절망의 밑바닥인 감옥 안에서 오히려 사람 마음을 오래오래 위로하는 책 한 권을 남겼다는 거예요.
오늘은 그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왜 천 년 넘게 읽혔는지 함께 볼게요.

감옥에서 그는 상상 속 대화를 적어요.
슬픔에 빠져 있는 자기 앞에 '철학'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나타나, 병문안 온 의사처럼 마음을 하나씩 치료해 주는 이야기예요.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산문과 시를 번갈아 놓은 다섯 권짜리 대화라서 읽는 맛이 있어요.
억울한 사람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물으면, 철학 여인이 화내지 않고 차분히 되묻고 답해 주는 식이지요.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이 스스로에게 건넨 위로라서, 이후 유럽 사람들이 오래 곁에 두고 읽었어요.

보에티우스는 그리스어로 된 옛 철학을 라틴어로 옮긴 다리 같은 사람이기도 해요.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풀이해서, 그리스어를 못 읽던 훗날 유럽 사람들이 옛 지혜에 닿을 수 있게 해 줬어요.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과 그 뒤 중세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인 셈이라, 흔히 '마지막 로마인이자 첫 스콜라 철학자'라고도 불려요.
그래서 중세 철학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거예요.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 '운명의 수레바퀴'예요.
운명을 커다란 바퀴를 돌리는 여인으로 그려요.
바퀴가 돌면 맨 위에 있던 사람은 아래로 내려가고, 바닥에 있던 사람은 위로 올라가요.
놀이공원 대관람차를 떠올리면 쉬워요.
꼭대기에 올랐다고 영원히 그 자리인 게 아니라, 타는 순간부터 곧 내려올 걸 알고 탄 거잖아요.
운명이 우리에게 준 돈과 명예와 인기도 그래요.
처음부터 "잠깐 빌려주는 것"이지 "네 것"이라고 약속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빼앗겼다고 배신당했다 여기는 건, 관람차가 내려간다고 화내는 것과 같다는 거예요.
그럼 무엇에 기대야 할까요.
보에티우스는 사람들이 행복이라 착각하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요.
돈, 높은 자리, 권력, 인기, 즐거움.
이것들은 바퀴가 돌면 언제든 사라지니, 그 위에 세운 행복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아요.
둘을 견주면 이래요.
| 가짜 행복 | 참된 행복 |
|---|---|
| 돈·명예·권력·인기 | 빼앗기지 않는 마음속 좋음 |
| 운명이 잠깐 빌려준 것 |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 |
| 바퀴 따라 오르내림 | 흔들리지 않음 |
참된 행복은 밖에서 굴러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빼앗기지 않는 자기 안의 좋음에 있다고 그는 말해요.
감옥에 갇혀 모든 걸 잃은 사람이 이 말을 했다는 점이 더 무겁게 다가와요.
시험, 취업, 돈, 남들의 평가처럼 우리도 매일 바퀴 위에서 오르내려요.
올라갈 땐 우쭐하고, 내려갈 땐 세상이 무너진 것 같지요.
보에티우스의 이야기는 그 바퀴 자체가 원래 도는 물건임을 기억하라고 해요.
잘나갈 때 조금 겸손하게, 힘들 때 "이것도 언젠가 돈다"고 버틸 힘을 주는 거예요.
보에티우스는 억울한 죽음을 앞둔 감옥에서 『철학의 위안』을 썼어요.
그가 남긴 운명의 수레바퀴는, 돈과 명예처럼 돌고 도는 것에 행복을 걸면 반드시 흔들린다고 알려 줘요.
그러니 빼앗길 수 있는 바깥이 아니라 빼앗기지 않는 마음 안쪽에서 행복을 찾자는 것, 이 오래된 위로가 오늘도 조용히 통하는 이유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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