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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에픽테토스는 세상일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나누고, 내 생각과 행동처럼 바꿀 수 있는 것에만 힘을 쏟으라고 가르친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자예요. 남의 평가나 날씨, 결과처럼 내 손 밖의 일에 매달리지 않을 때 마음이 덜 흔들린다고 봤어요.

"너를 괴롭히는 건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바라보는 네 생각이야." 에픽테토스가 남긴 이 말은 2000년쯤 지난 지금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져요.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이 원래 노예였다는 사실을 알면, 문장이 조금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에픽테토스는 서기 50년쯤,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서 노예로 태어났어요.
'에픽테토스'라는 이름부터가 그리스어로 '사들인 사람'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어요.
본명이라기보다 신분을 가리키는 말에 가까웠던 거죠.
게다가 다리 한쪽이 불편한 몸으로 평생을 살았어요.
가진 것도, 자유도 없던 사람이었죠.
그런 그가 주인 밑에서 지내는 동안 스토아 철학을 만나요.
무소니우스 루푸스라는 스승에게서 배웠다고 전해져요.
노예에서 풀려난 뒤에는 로마에서 직접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시 로마 황제가 철학자들을 도시 밖으로 내쫓으면서, 그는 그리스의 니코폴리스로 건너가 학교를 세웁니다.
재미있게도 에픽테토스는 책을 한 권도 직접 쓰지 않았어요.
지금 우리가 읽는 《담화록》과, 손바닥만 한 안내서인 《엔케이리디온》은 모두 제자가 스승의 말을 받아 적어 남긴 거랍니다.
말로만 가르쳤는데도 그 생각이 2000년을 건너온 셈이에요.

에픽테토스 사상의 핵심은 뜻밖에 단순해요.
세상 모든 일을 딱 두 칸으로 나누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과 '내 힘으로는 안 되는 것'.
이걸 어려운 말로 '통제 이분법'이라고 불러요.
우산을 떠올려 볼까요.
내일 비가 올지 안 올지는 내가 정할 수 없어요.
그건 하늘의 일이죠.
하지만 우산을 챙길지 말지는 내가 정할 수 있어요.
그러니 비를 원망하며 종일 짜증 내는 대신, 우산을 챙기는 데 마음을 쓰는 편이 현명하다는 거예요.
시험도 마찬가지예요.
얼마나 열심히 공부할지는 내 몫이에요.
하지만 시험에 붙을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는 내 몫이 아니에요.
에픽테토스는 내 몫이 아닌 일에 마음을 다 쏟으면 결국 불안하고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봤어요.
에픽테토스가 즐겨 든 비유가 하나 더 있어요.
인생은 연극과 같다는 거예요.
어떤 배역을 맡을지는 내가 고르지 못해요.
짧은 단역일 수도, 긴 주연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배역을 어떻게 연기할지는 온전히 내 몫이에요.
주어진 자리에서 내 역할을 잘 해내는 것, 거기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예요.

헷갈릴 땐 이렇게 나눠 보면 쉬워요.
표로 정리해 볼게요.
|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 |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
|---|---|
| 내 생각과 판단 | 다른 사람의 말과 평가 |
| 지금 내가 하는 행동 | 이미 벌어진 결과 |
| 무엇에 마음을 쏟을지 | 날씨, 사고, 운 |
| 나의 태도와 노력 | 내 몸, 재산, 명성 |
왼쪽 칸은 전부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들이에요.
오른쪽 칸은 아무리 애써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고요.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자꾸 오른쪽 칸의 일로 속상해한다고 말했어요.
친구의 무심한 한마디, 남들의 시선, 어제 이미 끝나 버린 일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렇다고 노력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내 힘이 닿는 왼쪽 칸에 온전히 집중하라는 거죠.
결과는 하늘에 맡기더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단단한 마음이에요.
에픽테토스의 생각은 박물관 유리장 속 유물이 아니에요.
지금도 살아서 움직이고 있어요.
마음이 힘든 사람을 돕는 '인지행동치료'라는 상담 방법이 있는데, 그 뿌리에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이 닿아 있어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해석하는 내 생각이 나를 흔든다'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죠.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에픽테토스의 글을 곁에 두고 읽었다고 해요.
가까운 예를 들어 볼게요.
SNS에 올린 글에 '좋아요'가 적게 달렸다고 종일 시무룩했던 적 있나요?
'좋아요' 숫자는 남들의 손가락에 달린 일이라 내가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그 숫자에 내 기분을 통째로 맡길지 말지는 내가 정할 수 있죠.
에픽테토스라면 이렇게 말했을 거예요.
남의 손에 있는 것으로 내 마음을 채우지 말라고요.
이건 무조건 참으라는 조언이 아니에요.
내 힘이 닿지 않는 일에 쏟던 걱정을, 내가 정말 바꿀 수 있는 일 쪽으로 옮겨 놓으라는 이야기예요.
그러면 같은 하루를 보내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져요.
에픽테토스는 노예에서 출발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비결을 남긴 철학자예요.
그 비결은 세상일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누는 데서 시작해요.
남의 평가와 결과는 가만히 내려놓고, 내 생각과 행동에 힘을 쏟는 것.
걱정이 밀려올 때 '이건 내 몫일까, 아닐까'라고 한 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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