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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제논은 기원전 300년경 아테네에서 스토아 철학을 세운 사람으로,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에는 흔들리지 말고 이성과 자제로 마음을 지키라고 가르쳤어요. 그 생각은 오늘날 마음을 다스리는 심리 치료에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한 상인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 폭풍을 만나요.
배가 부서지고 싣고 있던 물건도, 전 재산도 바닷속으로 사라져요.
겨우 목숨만 건져 낯선 도시 아테네에 도착한 그 사람이 바로 제논이에요.
기원전 334년경부터 262년경까지 살았던 인물이지요.
원래 그는 값비싼 물감을 사고팔던 장사꾼이었어요.
모든 걸 잃고 막막하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을 읽다가 제논은 철학에 푹 빠져들어요.
그는 책방 주인에게 이런 사람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냐고 물었고, 마침 앞을 지나가던 철학자를 소개받아 그 밑에서 배우기 시작해요.
그 스승은 부끄러움 같은 건 신경 쓰지 말라고 가르치는 사람이었어요.
낯을 많이 가리던 제논에게 콩죽 냄비를 들고 사람 많은 거리를 지나가 보라고 시켰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남의 눈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이겨 내라는 뜻이었지요.
훗날 제논은 재산을 다 잃고 나서야 순풍을 만났다고 말했다고 해요.
장사로 돈을 벌던 사람이 인생의 방향을 통째로 바꾼 순간이었어요.

'스토아'라는 이름은 무슨 어려운 뜻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 왔어요.
그 무렵 아테네 광장에는 알록달록하게 그림을 그려 놓은 긴 기둥 복도가 있었어요.
이걸 '스토아 포이킬레', 우리말로 하면 '색칠한 주랑'이라고 불렀지요.
제논은 이 기둥 아래에 서서 사람들에게 자기 생각을 가르쳤어요.
그래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스토아 학파'라고 부르게 됐어요.
번듯한 학교 건물도, 대단한 이름도 아니고 그가 늘 서 있던 복도 이름이 그대로 철학의 이름이 된 거예요.
제논이 이 복도에서 전한 핵심은 하나였어요.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에 따라, 세상의 이치와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는 거였지요.
스토아 철학에서는 돈이나 명예를 많이 가졌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고 봤어요.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마음, 그 자체가 곧 행복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장 귀하게 쳤어요.

제논의 생각을 오늘 우리 이야기로 바꿔 볼게요.
소풍 가는 날 아침에 비가 쏟아진다고 해봐요.
아무리 화를 내고 발을 굴러도 비는 그치지 않아요.
날씨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가 정할 수 있어요.
실내에서 놀 거리를 찾을 수도 있고, 짜증만 내다 하루를 다 망칠 수도 있지요.
스토아 철학은 이 둘을 딱 잘라 구분하라고 말해요.
| 내가 바꿀 수 없는 것 | 내가 바꿀 수 있는 것 |
|---|---|
| 날씨, 지나간 일, 남의 마음 | 내 생각, 내 태도, 내 행동 |
| 붙잡을수록 괴로워짐 | 여기에 힘을 쓰면 편해짐 |
바꿀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면 마음만 흔들려요.
그래서 제논은 감정이 시키는 대로 끌려가지 말고, 이성으로 한 번 생각하고 스스로를 다잡는 '자제'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자제란 무조건 꾹 참는 게 아니에요.
화가 날 때 잠깐 멈춰서 이게 정말 화낼 일인지, 내가 지금 힘을 쏟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 똑똑하게 고르는 거예요.
친구가 나쁜 말을 했을 때 곧바로 맞받아치는 대신, 한 박자 쉬고 어떻게 답할지 내가 고르는 것과 비슷하지요.
제논은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면, 어떤 일이 닥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었어요.

제논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로마 시대에 이르러 정치가 세네카, 노예 출신 학자 에픽테토스, 그리고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까지 스토아 철학을 이어받아 실천했어요.
부자와 노예와 황제처럼 처지가 완전히 달랐던 사람들이 같은 가르침에서 마음의 힘을 얻은 거예요.
신분이 어떻든 마음을 다스리는 문제는 똑같았던 셈이지요.
놀랍게도 이 생각은 오늘날 병원에서도 쓰여요.
걱정이 너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돕는 '인지행동치료'라는 방법이 있는데, 상황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 생각을 바꾸도록 이끌어요.
바꿀 수 없는 일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나누라던 제논의 조언과 무척 닮았지요.
요즘 마음을 다스리는 법으로 스토아 철학 책을 다시 찾아 읽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래서예요.
시험을 앞두고 떨리거나 친구와 다퉈 속상할 때, 지금 내가 어�지 못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해 주거든요.
2300년 전 복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지금도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주고 있어요.
제논은 배가 난파되어 모든 걸 잃은 자리에서 철학을 시작했고, 아테네의 색칠한 복도에서 스토아 학파를 열었어요.
그가 남긴 가르침은 어렵지 않아요.
바꿀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쏟지 말고, 바꿀 수 있는 내 생각과 행동에 이성과 자제를 쓰라는 거예요.
오늘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이건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일까 하고 한 번 물어보는 것, 그게 제논이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지혜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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