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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03년 어느 금요일, 파리 경찰은 철학 강의 때문에 교통 정리에 나서야 했어요.
콜레주 드 프랑스는 프랑스 최고의 학술 기관이에요.
지금으로 치면 국가가 운영하는 연구 중심 대학인데, 원래 조용한 학자들의 공간이었죠.
그런데 앙리 베르그송이 금요일마다 강의를 열자, 이 건물 앞 대로가 막히기 시작했어요.
귀부인, 화가, 학생, 정치인이 섞인 군중이 강의실 입장을 기다리며 길을 점령했거든요.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줄이 아니라, 대학 교양 강의 앞에 그런 줄이 선 거예요.
1911년 뉴욕 시티칼리지 강연에서는 청중이 너무 몰려 경찰이 출동했을 정도였으니, 오늘날로 치면 형이상학 유튜브 라이브에 동시접속 100만이 몰린 셈이에요.
도대체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했길래 파리 교통을 마비시켰을까요.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회의실 안의 당신은 이미 3시간을 산 기분이에요.
베르그송은 그 느낌이 정확히 맞다고 했어요.
베르그송의 핵심 개념은 '지속(durée)'이에요.
쉽게 말하면 이래요. 시계가 재는 시간과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시간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거죠.
시계 시간은 1초, 2초, 3초처럼 동일한 단위를 균일하게 쪼개요. 하지만 즐거운 주말 2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루한 회의 30분은 영원처럼 느껴지잖아요.
베르그송은 그 체감이 착각이 아니라 '진짜 시간'이라고 주장했어요.
오히려 시계로 쪼개는 순간, 진짜 시간은 사라진다고 했죠.
그 이야기를 1889년 박사 논문이자 첫 저서인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에서 처음 꺼냈어요.
당시 과학계는 시간을 수학적으로 분해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어요.
베르그송의 주장은 그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했어요.
결국 1922년 파리에서는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과 직접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대중은 아인슈타인 편을 들었어요.
하지만 강의실의 군중은 달랐어요.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이 진짜다"라는 말을 철학자가, 그것도 논리적으로 해줬으니까요.
그 말이 파리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던 거예요.

1914년 가톨릭교회는 이 책을 읽지 말라고 명령했어요.
13년 뒤 노벨위원회는 바로 그 책에 문학상을 줬어요.
문제의 책은 『창조적 진화』예요.
1907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 베르그송은 생명의 본질을 '엘랑 비탈(élan vital)'로 설명했어요.
'생명의 약동'이라고 번역하는데, 쉽게 말하면 생명은 단순한 물리·화학 반응이 아니라 앞으로 터져나가는 창조적 힘이라는 거예요.
가톨릭교회는 이 사상이 교리와 충돌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금서 목록(Index Librorum Prohibitorum)에 올렸죠. 가톨릭 신자라면 읽으면 안 되는 책 목록이에요.
학교에서 금지된 책이 나중에 교과서에 실리는 상황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규모가 달랐어요. '세계 종교 vs 세계 최고 상'의 대결이었으니까요.
1927년, 노벨위원회는 베르그송에게 노벨 문학상을 줬어요.
철학자가 문학상을 받는 건 역사상 극히 드문 일이에요.
금지당한 바로 그 사상의 문학적 아름다움을 세계가 인정한 순간이었죠.
베르그송은 수상 소감을 직접 전달하지 못했어요.
당시 건강이 너무 나빠서 스톡홀름에 직접 가지 못했거든요.
그가 병상에서 전한 말은 이랬어요. "철학은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시 정부는 그에게 "당신은 예외"라고 했어요.
81세의 베르그송은 담요를 두르고 등록 줄 끝에 섰어요.
1940년,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어요.
비시 프랑스는 나치의 통제 아래 세워진 프랑스 괴뢰 정부예요. 이 정부는 유대인 등록을 강제했어요. 자신이 유대인임을 국가에 신고하도록 한 거예요.
베르그송은 세계적인 명성 덕에 면제를 제안받았어요.
그러나 관절염으로 거동조차 힘든 몸을 이끌고 직접 등록 줄에 섰어요.
한때 파리를 마비시킨 군중의 중심이었던 사람이, 이제는 박해받는 줄의 끝에 홀로 선 거예요.
사실 베르그송은 수십 년 동안 가톨릭으로 개종하려 했어요.
철학적 탐구 끝에 그 길에 가까워졌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유대인이 박해받는 그 순간, 그는 개종을 철회했어요.
그가 남긴 말은 이랬어요.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오래 준비한 선택을 가장 필요한 순간에 포기한 거예요.
1941년 1월, 그는 세상을 떴어요.
파리를 교통 마비로 만들었던 철학자의 마지막은, 줄 끝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노인이었어요.
그가 평생 말했던 '진짜 시간'이란, 어쩌면 그 줄에 서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었을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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