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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약 2300년 전, 중국 초나라의 작은 고을에 하급 관리 한 명이 있었어요. 곡식 창고와 문서를 관리하는, 요즘으로 치면 동사무소 말단 직원쯤 되는 자리였죠. 어느 날 그는 화장실에 갔다가 쥐 한 마리를 봤어요. 더러운 곳에서 먹이를 주워 먹던 그 쥐는 사람이나 개가 다가오면 화들짝 놀라 달아났죠.
며칠 뒤 그는 나라의 곡식 창고에서 또 쥐를 봤어요. 그런데 이 쥐는 달랐어요. 쌓인 곡식을 배불리 먹어 토실토실하고, 사람이 와도 개가 와도 꿈쩍하지 않았죠. 같은 쥐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요.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해요. "사람이 잘나고 못난 것도 결국 이 쥐와 같구나.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달렸을 뿐이야."
이 말을 한 사람의 이름이 이사예요. 훗날 진시황을 도와 흩어진 중국을 하나로 묶은 사상가죠.

이사는 기원전 280년 무렵 초나라에서 태어났어요. 처음엔 앞에서 본 것처럼 보잘것없는 말단 관리였죠. 하지만 쥐 두 마리를 본 그날 이후, 그는 더 좋은 '곳간'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어요.
그가 찾아간 스승은 순자라는 이름난 학자였어요. 순자에게서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법, 임금을 도와 천하를 경영하는 기술을 배웠죠. 공부를 마친 이사는 당시 가장 힘이 세고 야심만만한 나라인 진나라로 향했어요. 가난한 초나라 시골 청년이 천하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긴 거예요. 변소가 아니라 곳간으로요.

이사가 평생 따른 생각을 '법가'라고 불러요. 말이 어렵지만 핵심은 단순해요.
학교를 떠올려 보세요. "다 같이 착하게 굴자"고 부탁만 하는 반과, 지각하면 청소, 떠들면 벌점이라고 규칙을 딱 정해 둔 반이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잘 굴러갈까요. 법가는 두 번째를 택해요. 사람의 착한 마음에 기대지 말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분명한 규칙(법)으로 나라를 움직이자는 거죠.
당시 유행하던 유가가 "임금이 덕을 베풀면 백성이 따른다"고 가르친 것과는 정반대였어요. 이사와 그의 동문 한비자는 덕보다 제도를, 마음보다 시스템을 믿었어요. 그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던 진나라 임금에게 이 생각은 딱 맞아떨어졌죠.

기원전 221년, 진나라는 마침내 여섯 나라를 모두 무너뜨리고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해요. 임금은 스스로를 '진시황'이라 부르고, 이사는 그 곁에서 재상(나라의 2인자)이 되죠.
이사가 한 일은 지금 우리 삶에도 흔적이 남아 있어요. 나라마다 제각각이던 글자를 한 가지로 통일했어요. 길이와 무게를 재는 단위, 수레바퀴 사이의 폭까지 하나로 맞췄죠. 부산에서 산 1킬로그램이 서울에서도 1킬로그램인 게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2200년 전에는 누군가 그 '당연함'을 처음 만들어야 했던 거예요.
또 그는 넓은 땅을 친척들에게 나눠 주던 옛 방식 대신, 중앙에서 관리를 보내 직접 다스리는 '군현제'를 밀어붙였어요. 황제 한 사람에게 힘을 모으는 설계였죠. 다만 그 과정에서 생각이 다른 책들을 불태운 '분서' 같은 거친 일도 함께 벌어졌어요.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곱게 끝나지 않아요. 곳간에서 가장 배부른 쥐가 된 이사에게도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요. 이사는 환관 조고의 꾐에 넘어가, 황제의 유언을 몰래 바꿔치기해요. 똑똑한 첫째 아들 대신 다루기 쉬운 막내 호해를 황제로 세운 거죠.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권력을 쥔 조고는 곧 이사를 모함했고, 이사는 기원전 208년 허리가 잘리는 형벌로 처형당해요. 집안도 함께 화를 입었죠.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형장으로 끌려가며 이사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대요. "너와 함께 누렁이를 끌고 고향 동쪽 문을 나가 토끼를 쫓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천하를 설계한 재상의 마지막 소원이, 시골에서 개를 데리고 놀던 평범한 하루였던 거예요.

이사는 변소 쥐와 곳간 쥐를 보고, 사람의 운명은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에 달렸다고 믿은 사람이에요. 그는 실제로 시골 말단에서 천하의 2인자까지 자리를 옮겼고, 글자와 도량형을 통일해 흩어진 중국을 하나로 묶는 설계도를 그렸죠. 하지만 가장 좋은 곳간에 오른 그 쥐조차, 권력 다툼이라는 더 큰 덫은 피하지 못했어요. 자리를 잘 잡는 것만큼이나 그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사람의 끝을 가른다는 것, 이사의 삶이 우리에게 남긴 씁쓸한 한 수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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