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어느 나라의 임금님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보통은 멋진 옷을 입고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그려지죠. 그런데 만약 그 임금이 아침마다 밀짚모자를 쓰고 밭에 나가 직접 호미질을 하고, 자기 손으로 밥을 지어 먹은 다음에야 나랏일을 본다면 어떨까요?
황당한 상상 같지만,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중국에 정말로 이렇게 주장한 사람이 있었어요. 이름은 허행입니다. "임금도 백성과 똑같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외친 사람이죠. 오늘은 이 낯선 이름의 사상가와, 그를 정면으로 반박한 맹자의 말다툼을 따라가 볼게요.

허행은 '농가'라는 무리에 속한 사람이었어요. 농가는 말 그대로 '농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학파'예요. 그때 중국에는 생각이 다른 여러 무리가 서로 "내 말이 옳다"며 다투고 있었는데(흔히 제자백가라고 불러요), 농가도 그중 하나였죠.
허행은 남쪽 초나라에서 등나라라는 작은 나라로 옮겨 왔어요. 따르는 제자가 수십 명이었는데, 다들 거친 베옷을 입고 짚신을 삼거나 자리를 짜서 먹고살았다고 해요. 말로만 농사를 떠든 게 아니라, 정말로 자기 손으로 일해서 먹는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허행의 핵심 주장은 단순했어요. "진짜 훌륭한 임금이라면 백성과 나란히 밭을 갈고, 자기가 먹을 밥은 자기가 지어 먹으면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거였죠.
왜 그랬을까요? 임금이 백성이 땀 흘려 키운 곡식을 받아 편하게 먹기만 하면, 그건 백성에게 얹혀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본 거예요. 임금도 똑같이 땀을 흘려야 백성의 고생을 알고, 공평한 세상이 된다고 믿었죠. 듣고 보면 꽤 그럴듯하지 않나요?

이 주장을 들은 맹자는 가만있지 않았어요. 마침 허행을 따르던 진상이라는 사람이 맹자를 찾아와 허행의 생각을 자랑했거든요. 맹자는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어요.
"허행은 밥을 직접 지어 먹는다고요? 그럼 머리에 쓴 모자도 자기가 짠 건가요?" 진상이 답했어요. "아니요, 곡식을 주고 바꿔 온 겁니다." "밥 짓는 솥과 밭 가는 쇠연장은요?" "그것도 곡식과 바꿉니다."
맹자의 핵심은 여기 있었어요. 허행조차 모자와 솥은 직접 못 만들어서, 농사지은 곡식을 주고 다른 장인에게서 바꿔 쓰고 있었던 거예요. 세상은 원래 이렇게 서로 일을 나눠 맡고 바꿔 쓰며 돌아간다는 뜻이죠. 우리가 쌀을 직접 키우지 않아도 마트에서 사 먹고, 옷을 직접 짓지 않아도 사 입는 것처럼요.

맹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세상에는 마음을 쓰는 일이 있고, 힘을 쓰는 일이 있다. 마음을 쓰는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사람은 다스림을 받는다."
쉽게 말하면, 모두가 밭에만 매달리면 나라 살림을 챙기고 질서를 잡을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농부는 농사를 짓고, 목수는 집을 짓고, 임금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 이렇게 저마다 잘하는 일을 맡는 게 오히려 모두에게 이롭다는 생각이었죠.
허행에게는 값에 대한 독특한 생각도 있었어요. 같은 종류의 물건이면 품질이 좋든 나쁘든 값을 똑같이 매겨야 속이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였죠. 맹자는 이것도 반박했어요. 물건마다 가치가 다른데 억지로 값을 똑같이 하면 세상이 더 엉망이 된다고요.

기록에는 허행이 맹자에게 밀린 것으로 남아 있지만, 그의 물음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윗사람도 아랫사람과 똑같이 땀 흘려야 공평한 것 아닌가?" 이 질문은 지금도 우리 마음을 콕 찌르거든요.
반대로 맹자의 대답도 여전히 살아 있어요. 모두가 똑같은 일을 할 게 아니라 저마다 잘하는 일을 나눠 맡자는 생각은, 오늘날 사회가 굴러가는 기본 원리이기도 하니까요. 두 사람의 말다툼은 사실 '다 같이 땀 흘리는 평등'과 '역할을 나누는 분업'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를 묻는, 아주 오래된 고민이었던 셈이에요.

허행은 "임금도 백성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농가의 사상가였어요. 맹자는 허행조차 모자와 솥은 바꿔 쓴다는 점을 꼬집으며, 세상은 저마다 일을 나눠 맡아야 돌아간다고 반박했죠. 한쪽은 모두가 똑같이 땀 흘리는 평등을, 다른 쪽은 잘하는 일을 나누는 분업을 말한 거예요. 누가 옳았는지 정답을 내리기보다, 이 두 마음이 지금도 우리 안에서 부딪친다는 걸 기억하면 충분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