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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분식집 두 곳을 떠올려 볼게요. 한 곳은 사장님이 김밥도 말고, 떡볶이도 젓고, 서빙도 하고, 설거지까지 혼자 다 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종일 뛰어다니는데 가게는 늘 정신이 없고 손님은 자꾸 줄을 서요. 다른 한 곳은 사장님이 계산대 앞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요. 그런데 직원들이 알아서 척척 움직이고, 가게는 조용하면서도 빈틈없이 잘 돌아가요.
좀 이상하죠. 더 열심히 몸을 쓴 사장님 가게가 왜 더 엉망일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중국에, 바로 이 수수께끼의 답을 들고 나온 사람이 있었어요. 이름은 신불해예요.

신불해는 중국이 여러 나라로 쪼개져 서로 칼을 겨누던 시대를 살았어요. 이 어수선한 때를 전국시대라고 불러요. 그는 그 여러 나라 중 하나였던 한나라의 재상이 되었어요. 여기서 한나라는 한참 뒤에 나오는 크고 유명한 한나라(漢)가 아니라, 작은 나라였던 한(韓)이에요. 이름이 같아서 헷갈리기 쉬우니 한 번 짚고 갈게요.
기원전 351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기원전 337년까지, 약 15년 동안 그는 나라 살림을 도맡았어요. 그동안 이 작은 나라는 안이 잘 다스려져서, 힘센 이웃 나라들도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했다고 전해져요.
그가 평생 파고든 질문은 딱 하나였어요. "임금은 그 많은 신하를 대체 어떻게 부려야 하는가." 그 답을 정리한 것을 뒷사람들은 술, 곧 신하를 다루는 기술이라고 불렀어요.

신불해의 답은 무위였어요. 무위는 글자 그대로 풀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에요. 그래서 처음 들으면 "임금더러 놀고먹으라는 거야?" 싶어요. 하지만 속뜻은 전혀 달라요.
축구 감독을 떠올려 보세요. 좋은 감독은 경기장에 직접 뛰어들어 공을 차지 않아요. 벤치에 앉아 선수를 내보내고, 누가 잘 뛰는지 지켜보고, 작전을 바꿔요. 만약 감독이 답답하다고 직접 운동장에 들어가 공을 차기 시작하면, 팀은 오히려 엉켜서 무너져요. 감독 한 명이 열한 명 몫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신불해가 말한 무위가 바로 이거예요. 임금이 일을 직접 자기 손에 쥐지 않는 거예요. 신하들이 각자 일하게 두고, 임금은 그 일이 잘 됐는지만 본다는 뜻이지요. 앞에서 본 가만히 앉은 분식집 사장님처럼요.

신불해는 임금에게 한 가지를 더 당부했어요. 네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신하에게 들키지 마라.
학교에서 이런 적 있을 거예요. 선생님이 "나는 고양이 그림이 제일 좋더라" 하고 한마디 하면, 그날부터 반 아이들이 그림 솜씨와 상관없이 죄다 고양이만 그려요. 임금도 똑같아요. 임금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지는 순간, 신하들은 실력을 키우는 대신 임금 비위를 맞추는 데 머리를 굴려요. 일을 잘하는 척, 충성하는 척 꾸미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임금은 표정을 감춰야 해요. 좋다 싫다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신하들은 어디에 맞춰 꾸며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그제야 누가 진짜 일을 잘하고 누가 입만 사는지가 저절로 드러나요. 임금이 속을 비울수록 신하의 속이 보이는 셈이에요.

그럼 임금은 가만히 앉아서 대체 무엇을 할까요. 딱 한 가지를 해요. 신하가 한 '말'과 신하가 낸 '결과'를 나란히 놓고 맞춰 보는 거예요.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을 시켰다고 해볼게요. 잠시 뒤 김밥 한 줄이 나오면 약속이 맞은 거예요. 그런데 떡볶이가 나오면 틀린 거지요.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김밥을 세 줄이나 갖다줘도 신불해는 틀린 걸로 봤다는 거예요. 시킨 것보다 많이 했어도, 어쨌든 약속한 한 줄과는 다르니까요.
신하도 이렇게 다뤄요. 신하가 "제가 이 일을 이만큼 해내겠습니다" 하고 먼저 말하면, 임금은 그 말을 마음에 적어 두었다가 나중에 결과와 맞춰 봐요. 말한 대로 했으면 상을 주고, 말과 다르면 벌을 줘요. 약속보다 모자라도 벌, 넘쳐도 벌이에요. 멋대로 일을 키우는 것도 결국 약속을 어긴 거라고 본 거예요.
이렇게 하면 임금은 하나하나 간섭하지 않아도 돼요. 신하 스스로 자기가 뱉은 말을 지키려고 알아서 애쓰니까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던 임금이, 사실은 가장 단단하게 신하를 쥐고 있는 셈이에요.

신불해의 이 기술을 술이라고 불러요. 신하를 다루는 통치의 기술이라는 뜻이에요. 백 년쯤 뒤, 한비자라는 사람이 이 술에다 두 가지를 더 합쳤어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인 법, 그리고 임금이라는 자리 자체에서 나오는 힘인 세예요. 이 셋을 묶어 법가 사상을 완성했는데, 신불해는 그중 술이라는 기둥 하나를 세운 사람이에요.
멀고 오래된 이야기 같지만 오늘날에도 그대로 보여요. 모든 걸 직접 챙기며 잔소리하는 상사보다, 일을 맡기고 결과로만 깔끔하게 평가하는 상사 밑에서 사람들이 더 잘 움직이곤 하니까요. 2300년 전 작은 나라 재상이 본 것을, 우리는 회사나 학교에서 매일 다시 보고 있는 셈이에요.

신불해의 무위는 임금이 놀고먹으라는 말이 아니었어요. 일은 신하에게 맡기고, 임금은 속마음을 감춘 채 신하의 말과 결과가 맞아떨어지는지만 보라는 뜻이었어요. 직접 공을 차는 감독이 아니라, 벤치에서 지켜보며 평가하는 감독처럼 말이지요. 가장 적게 움직이는 사람이 가장 크게 부린다는 것, 이것이 2300년 전 신불해가 남긴 생각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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