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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작은 식당을 처음 연 사장님을 떠올려 볼게요. 처음엔 혼자서 요리하고, 주문 받고, 돈 계산까지 다 합니다. 그런데 손님이 늘어 테이블이 쉰 개가 되면요? 이젠 절대 혼자 못 해요. 직원을 여럿 뽑아야 하죠. 그러면 새로운 고민이 생깁니다. "이 사람이 진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어떻게 알지?"
나라는 식당보다 수백 배 크고 복잡해요. 임금 한 사람이 농사도, 군대도, 세금도 직접 챙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약 2400년 전, 바로 이 고민을 누구보다 깊이 파고든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신불해입니다.

신불해는 기원전 400년쯤 태어나 기원전 337년까지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가 일한 한나라(韓)는 전국시대 일곱 나라 가운데 가장 작고 힘이 약한 축에 들었어요. 강한 이웃들 사이에 끼어 늘 잡아먹힐까 봐 조마조마한 처지였죠. (뒷날 유방이 세운 큰 한 제국과는 다른, 작은 나라예요.)
그런 한나라의 임금 한소후가 신불해를 재상으로 삼았습니다. 재상은 오늘날로 치면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같은 자리예요. 신불해가 그 자리에 있던 약 15년 동안, 한나라는 큰 침략 한 번 당하지 않고 버텼어요. 비결은 더 튼튼한 성벽도, 더 많은 군사도 아니었습니다. '사람 쓰는 법'이었어요. 신불해는 이걸 술(術)이라고 불렀습니다.

술이라고 하면 무슨 마술 같지만, 사실은 아까 그 식당 사장님이 풀어야 했던 문제예요. 즉,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어떻게 부리고 살피느냐 하는 기술이죠.
식당 벽에 '지각하면 벌금'이라고 써 붙인 규칙은 누구나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사장님이 누구를 어떻게 시험하고, 어떤 눈으로 직원을 지켜보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죠. 신불해가 말한 술이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기술이에요. 임금이 신하들을 어떻게 골라 쓰고, 일을 맡기고, 잘했는지 못했는지 가려내는 솜씨 말이에요.

신불해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해요. 신하가 "이 일을 이만큼 해내겠습니다" 하고 말했으면, 나중에 진짜 그만큼 했는지 딱 맞춰 보는 거예요. 직원이 "금요일까지 끝낼게요" 했으면 금요일에 확인하는 것과 똑같죠.
재미있는 건, 약속보다 더 많이 해도 칭찬받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한비자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한소후가 술에 취해 잠들자, 모자를 맡은 신하가 임금이 추울까 봐 옷을 덮어 줬어요. 깨어난 임금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두 사람을 다 벌했습니다. 옷 맡은 신하는 제 할 일을 안 해서, 모자 맡은 신하는 제 일이 아닌 데까지 손을 대서요. 야박해 보이지만 뜻은 분명해요. 저마다 맡은 일의 선을 정확히 지켜라, 그래야 누가 무엇을 했는지 흐려지지 않는다는 거죠.

신불해가 강조한 또 하나는 임금이 자기 속마음을 들키지 말라는 거였어요. 왜 그럴까요?
사장님이 "난 매운 음식이 좋아" 하고 티를 내면, 직원들은 손님 입맛은 뒷전이고 죄다 맵게만 만들기 시작해요. 사장님 마음에 들려고요. 임금도 마찬가지예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드러내면, 신하들은 일을 잘하려 하기보다 임금 비위 맞추는 데만 머리를 굴리죠. 그래서 신불해는 말했어요. 임금은 표정을 감추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오직 결과로만 판단하라고요.

신불해와 비슷한 시대에, 진나라에는 상앙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둘 다 법가라는 같은 흐름에 속하지만 강조점이 달랐어요. 상앙은 법(法),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분명한 규칙과 상벌을 앞세웠어요. 식당 벽에 붙인 규칙표 같은 거죠. 신불해는 그 위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다루는 술을 더 파고든 셈이에요.
뒷날 한비자가 이 둘에다 권세(勢)까지 묶어 법가를 하나로 정리했는데, 그 세 기둥 가운데 '사람 다루는 기술' 부분이 바로 신불해가 닦아 놓은 자리였습니다.

신불해는 작고 약한 한나라의 재상으로 약 15년간 나라를 지켜 낸 사람이에요. 그의 무기는 성벽이 아니라 술, 곧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리고 살피는 기술이었죠. 핵심은 세 가지로 기억하면 쉬워요. 첫째, 말한 만큼 해냈는지 결과로 맞춰 본다. 둘째, 저마다 맡은 일의 선을 정확히 지키게 한다. 셋째, 윗사람은 속마음을 감추고 결과로만 판단한다. 2400년 전 작은 나라를 지킨 이 생각이, 오늘날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누구에게나 여전히 곱씹어 볼 이야기로 남아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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