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이 29살에 스승 롤스를 공격한 날
샌델은 29살에 스승 롤스의 정의론을 공격했다
마이클 샌델은 29살에 스승의 핵심 이론을 책 한 권으로 정면 반박했어요.
1982년의 일이에요.
당시 존 롤스는 하버드 철학과의 살아있는 거장이었어요.
롤스의 「정의론」(1971년)은 모든 사람이 자신이 어떤 처지에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 규칙을 짜면, 가장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에요.
20세기 정치철학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책 중 하나예요.
쉽게 풀면 이런 거예요.
눈을 가리고 규칙을 정하면, 내가 부자로 태어날지 가난하게 태어날지 모르니까 약자에게도 불리하지 않은 규칙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롤스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의 출발점이에요.
샌델은 바로 이 가설에 반기를 들었어요.
그가 찾아낸 허점은 이거예요. 눈을 가리고 규칙을 짜는 상상 속 개인은, 공동체도 역사도 없는 허구의 존재라는 거예요.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출간하면서, 갓 임용된 신참 조교수가 같은 학과의 거장에게 정면 도전한 사건이 됐어요.
오늘날로 치면 이런 거예요.
신입 사원이 업계 1위 CEO의 경영학 교과서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책을 낸 것과 같아요.
그리고 그게 학계에서 실제로 통했어요.
샌델의 정의 강의 책은 한국에서 200만부 팔렸다
철학책 한 권이 한국에서 200만 부 넘게 팔렸어요.
세계적으로도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에요.
2009년 하버드는 역사상 처음으로 강의 하나를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했어요.
그 강의가 샌델의 'Justice'였어요.
강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수백만 건 조회를 기록하면서, 이듬해 책으로 나온 「정의란 무엇인가」가 2010년 한국에 상륙했어요.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어요.
출판사도 샌델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더니 200만 부를 돌파했어요.
2012년 샌델이 직접 한국을 찾았을 때, 공연장 8천 석이 꽉 찼어요.
샌델은 나중에 인터뷰에서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어요.
록스타 공연에나 어울릴 규모가 철학 강의에서 나온 거예요.
샌델은 시장이 살 수 없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명문대 강의실에서 시장의 한계를 가르치는 교수가 있어요.
그 장면 자체가 이미 하나의 역설이에요.
샌델은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직접 던져요.
"친구를 돈으로 살 수 있나요?" "장기 매매는 윤리적인가요?" "교도소 독방을 돈 주고 업그레이드하는 게 공정한가요?"
학생들은 답을 내놓다가 자기도 모르게 갖고 있던 믿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해요.
2012년 출간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이 질문들을 책으로 확장한 거예요.
샌델의 주장은 단순해요. 시장은 물건을 교환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정, 교육, 건강, 공정한 기회까지 가격표가 붙었다는 거예요.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는 사회는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돈 없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없는 사회라는 거예요.
하버드 교수 샌델이 능력주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기 자리를 만들어준 시스템을 책으로 공격하는 학자가 있어요.
마이클 샌델이에요.
2020년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원제: The Tyranny of Merit)에서 샌델은 능력주의가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을 강요한다고 주장했어요.
능력주의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에요.
좋게 들리지만, 뒤집어보면 실패한 사람은 결국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품고 있어요.
정작 샌델 자신은 옥스퍼드 로즈 장학생 출신이에요.
로즈 장학금은 전 세계 최상위 학생들에게만 주어지는 옥스퍼드 장학 제도예요.
30대에 하버드 종신 교수 자리를 얻었어요.
능력주의 시스템이 가장 성공적으로 작동한 결과물 중 하나가 샌델 본인이에요.
자기를 만들어준 사다리를 발로 차는 셈이에요.
출간 직후 미국 안에서도 그가 바로 그 시스템의 수혜자라는 비판이 쏟아졌어요.
샌델은 그 지점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날카롭게 파고들었어요. 성공이 순전히 개인의 실력이라고 믿는 순간, 그 성공을 가능하게 한 모든 행운을 지워버리게 된다는 거예요.
29살에 스승을 공격하고, 철학책으로 200만 부를 팔고,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시장의 한계를 가르치고, 자기를 만든 시스템을 책으로 공격한 사람.
샌델의 궤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질문처럼 읽혀요.
그가 옳다면, 그 자신은 과연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