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서, 3년간 정원도 안 본 남자가 동아시아 2천 년을 설계하다
정원 한 번 안 돌아본 사람이 제국의 머릿속을 바꿨다
3년 동안 자기 집 정원도 돌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은 정원이 아니라 제국 전체를 향하고 있었죠.
동중서는 『춘추공양전』 읽기에 완전히 빠져 있었어요.
『춘추공양전』은 공자가 남긴 역사서 『춘추』를 풀어 설명한 해설서예요.
3년 동안 뒤뜰 구경도 못 할 만큼 몰두했다는 기록이 '삼년불규원(三年不窺園)'이라는 말로 남아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기원전 134년, 기회가 왔어요.
한 무제가 '현량 대책'을 열었거든요.
전국의 인재를 불러 모아 국정 자문을 구하는 공개 시험이었는데, 동중서는 여기에 '천인삼책'을 올려요.
천인삼책은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논한 답안 세 편이에요.
그런데 이 답안지 세 장이 진시황도 못 해낸 일을 해냈어요.
진시황은 책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하며 사상을 통제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거든요.
동중서는 달랐어요.
그냥 앉아서 글을 썼을 뿐인데, "유교만 공부할 가치가 있다"는 논리 하나로 나머지 학파를 전부 교실 밖으로 밀어냈어요.
취업 면접에서 회사가 원하는 답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 한 번의 발표로 회사 전체의 방향을 바꿔버린 신입사원 같은 거예요.
백 개의 학파를 몰아내고 남긴 유교는 공자도 못 알아볼 물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