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포탄 속에서 원고를 완성한 철학자의 역설적 삶
신학교 졸업장에 '철학 능력 부족'이라 적힌 청년
졸업장에 '철학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이 평가를 받은 청년이 훗날 서양 철학 전체를 다시 쓸 줄은, 그 평가를 쓴 교수도 몰랐을 거예요.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독일 튀빙엔 신학교를 졸업했어요.
튀빙엔 신학교는 당시 프로테스탄트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오늘날로 치면 명문 대학원 같은 자리였어요.
그런데 거기서 받은 졸업 평가가 바로 '철학 능력 부족'이었죠.
같은 신학교를 나온 동기 셸링은 스물셋에 이미 교수가 됐어요.
또 다른 동기 횔덜린은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요.
헤겔은 서른 중반까지 남의 집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그것도 모자라면 무급 강사로 생계를 이어갔어요.
입사 면접에서 "이 분야는 당신한테 안 맞는 것 같네요"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그 분야의 전설이 된 상황이에요.
그 말이 틀렸다는 게 증명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고, 헤겔 본인도 그 시간을 버텨야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