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 1+1=2 증명에 362페이지를 쓴 철학자 이야기
이발사가 자기 머리를 깎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수학의 토대를 무너뜨렸다
1901년 여름, 서른 살의 버트런드 러셀은 수학 전체를 논리 위에 올려놓으려다가 자기 손으로 바닥에 구멍을 뚫어버렸어요.
마을에 이발사가 한 명 있는데, 이 이발사에겐 딱 하나의 규칙이 있어요.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만 면도해준다."
그럼 이발사 본인은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 면도하면, 규칙상 자기 자신을 면도하면 안 돼요.
하지 않으면, 규칙상 반드시 자기 자신을 면도해야 해요.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요.
이게 단순한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러셀의 역설은 수학의 세계에서 터졌어요.
"자기 자신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집합의 집합"이 자기 자신을 포함하는지 묻는 순간, 논리가 무너졌어요.
문제는 이게 러셀만의 개인적인 발견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당시 독일 수학자 고틀로프 프레게는 수학의 모든 기초를 논리만으로 세우는 작업을 평생 해왔어요.
그리고 그 필생의 저작을 막 출간하려던 참이었어요.
러셀은 프레게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당신의 체계에 모순이 있습니다."
프레게는 책 출간 직전에 그 편지를 받았어요.
그의 답장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당신의 편지를 받은 것이 완성 직전의 내 작업에 가장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러셀은 타인을 무너뜨리려 한 게 아니었어요.
자기 스스로 논리의 토대를 세우려다가, 자기 손으로 그 토대의 균열을 발견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