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 신 없이 웃으며 죽은 철학자의 삶과 철학
죽어가는 무신론자가 웃고 있다는 소문에 에든버러가 술렁였다
1776년 여름, 에든버러 시민들은 기이한 구경거리를 찾아 한 남자의 집 앞에 모여들었어요.
신을 믿지 않는 남자가 죽어가면서 웃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죠.
그 남자는 데이비드 흄이에요.
복부 종양으로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는데, 병문안 온 손님들에게 그리스 신화 농담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저승 뱃사공 카론이 배에 타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손님이 물었어요.
그러자 흄이 대답했습니다.
"'잠깐, 좀 기다려. 내 책이 종교적 편견에 맞서는 걸 직접 볼 때까지만'이라고 할 거요."
그 손님 중 하나가 제임스 보즈웰이었어요.
당대 최고 전기 작가였는데, 솔직히 흄이 임종 직전에 겁을 집어먹는 꼴을 기대하고 왔어요.
그런데 흄은 너무 태연했습니다.
보즈웰은 그날 밤 일기에 이렇게 적었어요. "그는 진심이었다. 전혀 두렵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당시 유럽은 이런 믿음이 있었어요.
무신론자는 죽음 앞에서 반드시 공포에 무너질 것이라고요.
신이 없으면 죽음이 감당이 안 된다고, 사람들은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흄은 무너지지 않았어요.
교회 측은 그게 연기라고 비난했습니다.
연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비난해야 했을 거예요.
26세 천재가 모든 것을 걸었지만 세상은 한 줄도 읽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