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말 많은 아이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가 되기까지
랍비의 벌이 윤리학의 씨앗이 되었다
그 아이의 죄목은 단 하나,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 미국 클리블랜드.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어린 주디스 버틀러는 학교에서 말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다.
부모는 그 아이를 랍비에게 보냈다. 입 좀 다물게 혼내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랍비는 아이를 혼내는 대신 책을 펼쳤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이었다.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가 쓴 이 책은 신과 인간 본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려 했던, 당시로선 위험천만한 사상서였다.
랍비는 유대 철학과 함께 그 책을 아이에게 가르쳤다.
훗날 버틀러는 이 경험이 자신의 철학적 출발점이었다고 직접 밝혔다.
침묵시키려 한 시도가 철학자를 탄생시켰다.
부모가 게임 못 하게 방에 가뒀더니 그 방에서 코딩을 독학해 개발자가 된 아이처럼, 말을 막으려 한 벌이 평생 말하는 직업의 씨앗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