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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시험 평균이 10점 올랐다고 해 봐요. 반 전체로 보면 분명 좋아진 거예요. 그런데 그 안에는 30점이 90점이 된 친구도 있고, 원래 잘하던 친구가 더 잘해서 평균만 끌어올린 경우도 있어요. 어떤 친구는 그대로 30점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고요. 평균이라는 숫자 하나만 보면, 누가 정말 나아졌는지는 안 보여요.
나라가 잘사는지 따질 때 우리는 보통 '돈을 얼마나 버느냐'를 봐요. 한 나라가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을 다 합친 숫자를 GDP라고 부르는데, 이게 시험 평균 같은 거예요. 숫자는 커졌는데, 정작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잘 안 보이죠. 바로 이 지점을 평생 파고든 사람이 인도의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이에요.

센은 1933년에 인도에서 태어났어요. 그가 열 살이던 1943년, 그가 살던 벵골 지역에 큰 기근이 닥쳐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어요. 그런데 센이 어른이 되어 이 일을 다시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그해에 식량이 특별히 부족했던 게 아니었거든요. 시장에는 쌀이 있었어요.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쌀을 살 돈이 없었다는 거예요. 일자리를 잃고, 쌀값은 뛰고, 손에 쥔 돈으로는 쌀 한 줌도 못 샀어요. 음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음식에 다가갈 길이 막혀서 사람들이 죽은 거예요. 센은 여기서 평생의 질문을 얻었어요. 잘산다는 건 대체 뭘까. 곳간에 곡식이 쌓여 있는 걸까, 아니면 누구나 그 곡식에 손을 뻗을 수 있는 걸까.

센의 답은 이래요. 발전은 사람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거예요. 그는 이걸 '역량'이라고 불렀어요.
자전거를 한 대 선물 받았다고 생각해 봐요. 자전거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정말 중요한 건 그 자전거로 내가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멀리 나들이를 갈 수 있다는 거예요. 자전거는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주는 도구일 뿐이죠. 돈도 마찬가지예요. 돈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고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예요.
그래서 센은 묻습니다. 사람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나요. 글을 배울 수 있나요.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나요.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나요.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넓어지는 것, 그게 진짜 발전이라는 거예요.

센은 재미있는 구분을 했어요. 먹을 게 없어서 굶는 사람과, 종교나 신념 때문에 일부러 밥을 안 먹는 사람이 있어요. 둘 다 배는 고파요. 겉으로 보면 똑같이 안 먹고 있죠. 그런데 둘은 완전히 달라요.
단식하는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밥을 먹을 수 있어요. 다만 스스로 안 먹기를 '선택'한 거예요. 반대로 굶는 사람에게는 그 선택지 자체가 없어요. 센이 보기에 이 차이가 핵심이에요. 진짜 자유는 무언가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느냐에 있어요. 발전이란 사람들이 더 많은 진짜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그는 이 생각을 '자유로서의 발전'이라고 불렀어요. 발전의 목적도 자유고, 발전을 이루는 방법도 자유라는 뜻이에요.

센은 한 가지를 더 짚었어요. 제대로 굴러가는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큰 기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면 당연해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신문이 사실을 보도하고, 선거로 지도자를 바꿀 수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굶기 시작하면 그 소식이 금방 퍼져요. 그러면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다음 선거가 무서우니까요. 반대로 입을 막아 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죽어 가도 위에서는 모르거나, 알아도 모른 척할 수 있어요. 그래서 센에게 표현의 자유와 투표할 권리는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실제 도구예요.

아마르티아 센은 잘사는 나라를 돈의 크기로 재던 오래된 습관에 질문을 던진 사람이에요. 그는 어린 시절 본 기근에서, 음식이 있어도 다가갈 수 없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발전을 '돈이 얼마나 늘었나'가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나'로 다시 봤죠. 충분히 먹고, 배우고, 치료받고,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넓어지는 것, 그게 그가 말한 자유로서의 발전이에요. 다음에 어떤 나라가 발전했다는 말을 들으면, 한 번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어요. 그 안에 사는 평범한 사람은 예전보다 무엇을 더 할 수 있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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