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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상상해 볼게요. 어떤 사람이 밤마다 별의 위치를 재고, 산 위에 커다란 천문대를 세우고, 행성이 어떻게 도는지 설명하는 수학 장치까지 만들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어느 날 전혀 다른 책을 펴내요. 별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까"를 다룬 책이에요. 좀 안 어울리죠? 마치 로켓을 설계하던 공학자가 갑자기 동네에 요리 교실을 여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그 두 가지를 한 사람이 다 했어요. 그 사람이 바로 나시르 알딘 투시고, 오늘 이야기할 책이 그가 쓴 나시리안 윤리학이에요.

투시는 800여 년 전, 1201년에 지금의 이란 북동쪽 투스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어요. 73년을 살았는데(1274년에 세상을 떠나요), 한 분야만 판 게 아니에요. 천문학, 수학, 논리학, 윤리학을 두루 파고들었죠. 요즘으로 치면 한 사람이 천문대 소장이면서, 동시에 수학 교과서도 쓰고, 철학 강의도 하는 셈이에요. 실제로 그는 1259년에 마라가라는 곳에 당대 손꼽히는 천문대를 세우는 큰 일을 이끌기도 했어요. 이슬람 세계가 그리스 철학과 자기들의 과학을 한데 녹이던 시대에, 투시는 그 둘을 잇는 다리 같은 사람이었어요.

이름이 좀 낯설죠. '나시리안'은 사실 사람 이름에서 왔어요. 투시가 젊은 시절 몸담았던 지역의 통치자 이름이 나시르 알딘이었는데, 그분에게 바친 책이라 그 이름을 붙인 거예요. 옛날에는 책을 후원해 준 사람에게 헌정하면서 그 이름을 제목에 넣는 일이 흔했거든요. 요즘 책 첫 장에 "○○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적는 것과 비슷한데, 아예 제목으로 삼은 거죠. 1232년 무렵에 쓴 이 책은 그 시대 학자들이 즐겨 쓰던 아랍어가 아니라 페르시아어로 썼다는 점도 특별해요.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읽길 바란 마음이 담긴 거예요.

나시리안 윤리학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요. 가장 안쪽 동그라미는 '나 자신'이에요. 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고 좋은 성품을 기를까를 다뤄요. 두 번째 동그라미는 '집안'이에요. 가족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갈까를 이야기하죠. 가장 바깥 동그라미는 '도시'예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를 어떻게 함께 다스릴까를 다뤄요. 나에서 시작해 집으로, 다시 사회로 점점 넓어지는 구조예요. 잔잔한 물에 돌 하나를 던지면 동그라미가 안에서 바깥으로 점점 커지죠? 딱 그 모양이에요. 좋은 삶은 내 마음 하나 다스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집과 사회로 이어진다고 본 거예요.

이 책이 기댄 핵심 생각은 의외로 단순해요. 좋은 성품은 운동처럼 연습으로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이어받은 건데, 투시는 마음의 좋음이 양 극단의 '가운데'에 있다고 봤어요. 예를 들어 용기는 겁쟁이와 무모함 사이의 가운데예요. 너무 겁내도 안 되고 너무 막 나가도 안 되는, 딱 그 중간이죠. 돈 쓰는 태도도 마찬가지예요. 인색함과 낭비 사이의 가운데가 좋은 거예요. 처음엔 억지로라도 그 중간을 연습하다 보면, 나중엔 아예 몸에 밴 습관이 된다고 봤어요. 매일 조금씩 걷다 보면 어느새 걷기가 힘들지 않고 즐거워지는 것처럼요.

이제 처음의 어색함으로 돌아가 볼게요. 투시에게 하늘의 별과 사람의 마음은 따로 노는 게 아니었어요. 별이 일정한 질서를 지키며 움직이듯, 사람의 마음과 사회도 나름의 질서로 다스릴 수 있다고 본 거예요. 그에게 앎이란 조각조각 나뉜 서랍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큰 그림이었어요. 그래서 별의 움직임을 재던 바로 그 눈으로 마음의 균형도 들여다본 거죠. 지식을 과목별로 칸칸이 나누는 데 익숙한 우리에겐, 오히려 이렇게 하나로 잇는 시선이 신선하게 다가와요.

투시는 별을 관측하고 천문대를 세우던 학자였지만, 동시에 좋은 삶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사람이었어요. 그가 쓴 나시리안 윤리학은 후원자의 이름을 딴 책으로, 나 자신과 집안과 도시라는 세 겹의 동그라미를 안에서 바깥으로 차례차례 다뤄요. 그 바탕에는 좋은 성품이 연습으로 길러지고, 양 극단의 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고요. 별의 질서와 마음의 질서를 같은 눈으로 바라본 사람, 그게 투시였다고 기억하면 이 오래된 책이 한결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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