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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새 학기에 말투도 다르고 도시락 반찬도 다른 전학생이 옆자리에 앉았다고 해 봐요. 그때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요. 하나는 '쟤는 우리랑 안 맞아' 하고 마음에 벽을 치는 길이에요. 다른 하나는 점심시간에 '그 동네는 뭐 먹어?' 하고 슬쩍 말을 거는 길이고요.
세상에는 나라보다 훨씬 큰 덩어리가 있어요. 비슷한 말과 믿음, 사는 방식이 수백 년 쌓여 만들어진 큰 무리예요. 이걸 '문명'이라고 불러요. 서양 문명, 이슬람 문명, 중국 문명처럼요. 두웨이밍이라는 철학자는 평생 딱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살았어요.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면, 우리는 벽을 칠까요, 아니면 말을 걸까요?

두웨이밍은 1940년에 중국에서 태어난 철학자예요. 젊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에서 거의 30년 동안 동양 철학을 가르쳤어요. 그러니까 그는 동양에서 자라 서양에서 오래 산 사람이에요. 한 발은 공자의 세계에, 다른 한 발은 영어로 토론하는 미국 강의실에 두고 살았던 거죠.
이런 사람이 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보통은 한쪽 세계만 깊이 알아요. 두웨이밍은 두 세계의 언어와 속마음을 동시에 아는, 말하자면 양쪽 집을 다 드나드는 손님 같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한쪽을 편들기보다 둘 사이를 이어 주는 일에 어울렸어요.

두웨이밍이 깊이 판 분야는 '유교'예요. 공자에서 시작된,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를 따지는 아주 오래된 가르침이요. 많은 사람이 유교를 박물관 유리장 속 낡은 물건처럼 여겼어요. 옛날에는 쓸모 있었지만 지금은 구경거리일 뿐이라고요.
두웨이밍은 생각이 정반대였어요. 그는 유교를 아직도 불이 켜지는 오래된 등불로 봤어요. 유교가 줄곧 물어 온 질문이 '사람답게 산다는 게 뭘까'였는데, 이건 2천 년 전 사람에게나 오늘 우리에게나 똑같이 어려운 숙제거든요. 그는 이 옛 등불을 닦아서 지금 방을 비추는 데 쓰고 싶어 했어요.

1990년대에 한 미국 학자가 눈길을 끄는 주장을 내놨어요. 앞으로 세계의 큰 싸움은 나라끼리가 아니라 문명끼리 부딪쳐서 일어난다는 거예요. 서양과 이슬람, 서양과 중국이 결국 충돌한다는 거죠. 이 주장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유명해졌어요.
두웨이밍은 여기에 가만히 고개를 저었어요. 충돌이 정해진 운명은 아니라고요. 전학생과 꼭 싸워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겠어요. 그는 '충돌'이라는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조용히 내밀었어요. 바로 '대화'예요. 문명끼리 부딪치는 대신 서로 묻고 배우자는 거죠. 이게 그의 핵심 주제인 '문명 간 대화'예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워요. 대화라고 하면 '우리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요' 같은 가벼운 인사말처럼 들리거든요. 두웨이밍이 말한 대화는 그보다 훨씬 깊어요.
진짜 대화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문을 열어 두는 일이에요. 서양은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멋지게 키워 왔어요. 유교는 가족과 공동체, 사람 사이의 도리를 오래 갈고닦았고요. 두웨이밍은 이 둘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다고 봤어요. 한쪽이 다른 쪽을 이겨서 지워 버리는 게 아니라요. 그래서 그는 유교를 중국만의 보물이 아니라, 온 세계가 같이 꺼내 쓸 수 있는 살림 지혜로 내놓으려 했어요.
이건 책상 위 이론으로만 그치지 않았어요. 2001년에 유엔이 '문명 간 대화의 해'를 정했을 때, 두웨이밍은 세계 곳곳의 지혜로운 사람들을 모은 모임에 함께 들어가 의견을 보탰어요. 그의 생각이 실제 세계 무대 위에서도 쓰였다는 뜻이에요.

요즘은 휴대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 곧장 이어지는 시대예요. 그만큼 나와 다른 문명과 부딪칠 일도 부쩍 많아졌어요. 댓글창에서, 뉴스에서, 우리는 매일 낯선 생각과 마주쳐요. 두웨이밍의 말이 지금 더 와닿는 이유예요.
그가 우리에게 건넨 건 거창한 정치 구호가 아니에요. 아주 작은 태도 하나예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일단 벽부터 칠지 아니면 한 번 물어볼지. 이 작은 갈림길이 교실에서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똑같은 모양으로 놓여 있다는 거죠.

두웨이밍은 동양에서 자라 서양에서 오래 가르친 철학자예요. 그는 문명끼리의 충돌이 정해진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문명 간 대화'를 평생의 주제로 삼았어요. 그가 말한 대화는 그냥 사이좋게 지내자는 인사가 아니라,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나도 틀릴 수 있다'를 여는 태도였어요. 오래된 유교를 박물관 구경거리가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켤 등불로 보려 한 사람, 그래서 낯선 전학생에게 벽을 치는 대신 말을 거는 쪽을 택한 사람으로 기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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