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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유교'라는 말을 들으면 뭐가 떠오르나요? 아마 갓 쓰고 도포 입은 할아버지, 제사상 앞에서 절하는 모습, 멀리 옛날 중국의 공자님 같은 장면일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유교를 중국이나 한국처럼 동양 나라의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그런데 만약 미국 보스턴에서 영어를 쓰며 자란 학자가 "저는 유교를 따르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김치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이 김치 장인이라고 나서는 것처럼 좀 어색하게 들리죠. 두웨이밍이라는 철학자가 평생 붙들고 씨름한 질문이 바로 여기서 시작해요. 유교는 정말 동양 사람만의 것일까요?

두웨이밍은 1940년에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란 철학자예요. 스무 살을 갓 넘겨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박사가 된 뒤에는 수십 년 동안 그 하버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동양에서 태어났지만 인생의 절반 넘게 서양에서 산 사람이죠. 그래서 그는 두 세계를 다 속속들이 알았어요. 동양의 오래된 지혜인 유교와, 서양의 생각하는 방식을 양손에 하나씩 쥔 셈이에요. 이렇게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친 사람이었기에, '유교가 동양 밖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질 수 있었어요.

두웨이밍의 핵심 생각을 김치에 빗대 볼게요. 김치를 담그려면 보통 배추와 고춧가루가 필요하죠. 그런데 배추가 안 나는 나라에서는 양배추로도 김치를 담글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건 특정 재료가 아니라 '소금에 절이고 양념해서 발효시킨다'는 요리법이거든요. 재료는 그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걸로 바꾸면 돼요. 두웨이밍은 유교도 똑같다고 봤어요. 유교가 꼭 중국 땅, 중국 사람에게만 묶인 '재료'가 아니라, 어디서든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법'에 가깝다는 거예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지, 가족과 이웃과 어떻게 어울려 살지를 가르치는 방법이라면, 그건 보스턴 사람에게도 똑같이 쓸모가 있겠죠.

실제로 2000년 즈음, 미국 보스턴에 모인 몇몇 학자들이 "우리도 유교를 진지하게 따라 보자"고 했어요. 보스턴 한가운데로는 찰스강이라는 강이 흐르는데, 강 북쪽 하버드 대학에는 두웨이밍이 있었고, 강 남쪽 보스턴 대학에도 유교를 공부하는 학자들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이들을 한데 묶어 '보스턴 유교'라고 불렀어요. 뜻은 이래요. 유교가 박물관 유리장 안에 모셔 둔 옛날 중국 물건이 아니라, 지금 미국 도시에서도 살아 움직이며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거죠. 두웨이밍은 이걸 유교의 '세 번째 큰 물결'이라고 불렀어요. 공자가 살던 옛 시대가 첫 번째, 그 가르침이 한국과 일본까지 퍼진 때가 두 번째, 그리고 이제 온 세계로 나아가는 때가 세 번째라고요.

그런데 왜 굳이 서양 사람에게까지 유교가 필요할까요? 두웨이밍의 대답은 한마디로 '사람'이에요. 그는 유교를 '인문주의', 곧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공부라고 봤어요. 서양에서는 '나'를 다른 사람과 뚝 떨어진 외딴 섬처럼 여길 때가 많아요. 반면 유교에서 '나'는 부모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친구이고, 이웃의 한 사람이에요. 관계라는 그물 한가운데 묶인 매듭 같은 거죠. 그래서 나를 갈고닦는다는 건 혼자 잘나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과 더 잘 지내는 법을 배우는 일이에요. 마치 정원의 나무 한 그루를 돌보면 그 그늘이 온 마당에 퍼지듯이요.

두웨이밍은 경쟁과 외로움에 지친 오늘날 사회에, 이 '함께 사는 지혜'가 동양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약이 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그는 여러 나라 사람들이 서로의 문명을 깔보지 않고 마주 앉아 대화하자는 운동에도 앞장섰어요. 유교를 중국의 자랑거리로만 두지 않고, 세계가 함께 나눌 윤리로 넓힌 거예요. 보스턴 유교는 그 큰 생각을 보여 주는 작은 본보기인 셈이죠. 동양의 오래된 가르침이 바다 건너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증거니까요.

두웨이밍은 동양에서 태어나 서양에서 평생 산 철학자예요. 그는 유교가 중국에만 묶인 옛 물건이 아니라, 어디서든 따라 할 수 있는 '사람답게 사는 요리법'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미국 보스턴에서도 유교를 따르는 학자들이 생겼고, 사람들은 그걸 보스턴 유교라고 불렀죠. 핵심은 간단해요. '나'는 혼자가 아니라 관계 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지혜는 동양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거예요. 다음에 '유교는 그저 옛날 동양 이야기'라는 말을 듣거든, 보스턴에서 유교를 공부하던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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