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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놀이터에서 땅따먹기를 해 본 적 있나요. 신기하게도 가장 자주 다투는 상대는 멀리 있는 친구가 아니라, 바로 내 땅과 금을 맞댄 옆 사람이에요. 땅이 붙어 있으니 조금만 넓혀도 부딪히고, 돌 하나 자리에도 신경이 곤두서죠. 그런데 그 옆 사람과 또 티격태격하는 아이, 그러니까 한 칸 건너에 있는 아이는 이상하게 나랑 사이가 좋아요. 미워하는 상대가 같으니까요.
약 2300년 전 인도에 살던 한 사람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아챘어요. 그 사람 이름이 카우틸리아예요. 그가 그린 외교의 풍경을 '만달라 이론'이라고 불러요. 오늘은 이 그림을 천천히 들여다볼게요.

카우틸리아는 기원전 4세기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에 고대 인도에 살았던 사상가예요. 찬드라굽타라는 왕이 마우리아라는 큰 나라를 세우도록 도운 책사로 알려져 있어요. 우리로 치면 왕 옆에 앉아 나라 살림과 전쟁, 다른 나라와의 협상을 설계하던 참모였던 셈이죠.
그가 남긴 책이 『아르타샤스트라』예요. '아르타'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그리고 부와 힘'을 뜻해요. 이 책에는 세금 걷는 법, 첩보원 부리는 법, 적국과 흥정하는 법까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해요. 착하게 살자고 다독이는 교훈집이 아니라, 나라가 살아남으려면 실제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적어 둔 운영 설명서에 가까워요.

'만달라'는 원래 '원, 동그라미'를 뜻하는 말이에요. 카우틸리아는 여러 나라가 놓인 모습을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퍼지는 동심원처럼 봤어요. 돌이 떨어진 한가운데 자리, 그게 바로 '나'예요. 내 나라를 복판에 두고 둘레로 다른 나라들이 고리처럼 둥글게 둘러싸고 있다고 본 거죠.
여기서 핵심 규칙은 딱 하나예요. 나와 국경을 맞댄 바로 옆 나라는 적이 되기 쉽고, 그 적의 너머에 있는 나라는 친구가 되기 쉽다. 한 칸씩 건너뛰며 적과 친구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거예요.

한 줄로 늘어선 집 네 채를 떠올려 보세요. 왼쪽부터 가, 나, 다, 라 집이에요. 내가 '나' 집이라고 해 볼게요. 바로 옆 '가' 집과 '다' 집은 담을 맞대고 있어서 나뭇가지 하나, 주차 한 칸에도 부딪혀요. 그래서 가장 먼저 다툴 상대가 되죠.
그런데 '다' 집 너머의 '라' 집은 나와 담이 닿지 않아요. 직접 부딪힐 일은 없는데, 그 집도 '다' 집과 담을 맞대고 으르렁대고 있어요. 그러면 나와 '라' 집은 자연스레 통하는 사이가 돼요. "우리 둘 다 가운데 저 집이 골치야" 하면서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바로 이 자리에서 나와요.

땅이 붙어 있으면 부딪힐 일이 많아요. 강물을 누가 더 쓸지, 국경의 마을이 누구 것인지, 오가는 길목을 누가 차지할지. 가까울수록 욕심이 곧장 맞닿아요. 그래서 옆 나라는 늘 내 땅을 노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대가 돼요.
그런데 그 옆 나라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를 떠올려 보세요. 그 나라도 똑같이 자기 옆 나라, 그러니까 내 적과 국경을 맞대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요. 나와 그 나라는 직접 붙어 있지 않으니 다툴 일이 적고, 거슬리는 상대가 같아요. 손을 잡기에 이만한 짝이 없는 거죠.

재미있는 건, 카우틸리아가 어떤 나라를 두고 '저 나라는 원래 못됐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그저 지도에서 어디에 놓여 있느냐, 그 위치가 적과 친구를 정한다고 봤어요. 옆에 있으면 적이 되고, 한 칸 건너면 친구가 되고. 사람의 착함이나 굳은 약속이 아니라 거리와 힘의 배치가 관계를 만든다는 거예요.
이렇게 감정 대신 위치와 이익으로 나라 사이를 읽는 생각을 어려운 말로 '현실주의'라고 불러요. 카우틸리아는 그 현실주의를 아주 일찍, 그것도 또렷하게 정리한 사람이에요. 멀리 서양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 마키아벨리보다 1800년쯤 앞섰죠.

카우틸리아의 만달라 이론은 나라들 사이를 연못의 동심원처럼 그려 본 그림이에요. 나를 한가운데 두면, 바로 옆 나라는 부딪힐 일이 많아 적이 되기 쉽고, 그 너머의 나라는 같은 상대를 미워해 친구가 되기 쉬워요. 핵심은 누가 착하고 나쁘냐가 아니라, 지도에서 누가 어디에 서 있느냐예요. 옆집이 제일 불편하다는 놀이터의 감각을 떠올리면, 2300년 전 인도 사상가가 본 외교의 풍경이 의외로 쉽게 손에 잡혀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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