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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이 직원 수만 명을 둔 큰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사장은 매일 회사 구석구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 수가 없어요. 누가 몰래 돈을 빼돌리는지, 누가 뒤에서 험담을 하는지, 어느 부서가 곧 터질 폭탄을 안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죠. 그래서 사장은 늘 불안해요.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고대 인도의 왕도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어요. 나라는 걸어서 며칠을 가도 끝이 없을 만큼 넓고, 신하는 많고, 백성의 속마음은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까요. 바로 그런 왕에게 "그러면 온 나라에 왕의 눈과 귀를 심으세요"라고 조언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카우틸리아예요.

카우틸리아는 약 2300년 전 고대 인도에 살았던 학자이자 왕의 참모였어요. 찬드라굽타라는 젊은이를 도와, 인도 북부를 하나로 아우르는 큰 나라인 마우리아 왕조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죠. 말하자면 새 나라를 설계한 숨은 기획자였어요. 그가 남긴 책이 '아르타샤스트라'인데, 우리말로 옮기면 '나라를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 정도예요. 세금은 어떻게 걷고, 군대는 어떻게 꾸리고, 죄는 어떻게 다루는지까지, 나라 살림의 거의 모든 것을 적어 놓은 두툼한 안내서죠. 그 안에서 그가 유난히 공들여 적어 둔 대목이 하나 있어요. 바로 왕을 위한 첩보망, 그러니까 정보원들의 그물이에요.

첩보망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왕에게 소식을 물어다 주는 사람들의 그물'이에요. 동네마다, 시장마다, 절마다 왕을 위해 일하는 정보원이 조용히 숨어 있는 거죠. 오늘날로 치면 왕이 전국에 깔아 둔 거대한 단체 대화방 같은 거예요.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소식이 올라오는 대화방요. 카우틸리아는 이 정보원들을 아무렇게나 풀어 두지 않고, 종류별로 나누고 역할을 정해 줬어요. 어떤 이는 한자리에 머물며 그 동네를 오래 지켜보고, 어떤 이는 장사꾼이나 떠돌이처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소식을 긁어모았죠. 가만히 지키는 눈과 돌아다니는 눈, 두 종류를 함께 둔 거예요.

재미있는 건 첩보원들의 변장이에요. 카우틸리아는 사람들이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 직업으로 정보원을 꾸미라고 했어요. 도를 닦는 수행자, 점쟁이, 의사, 떠돌이 상인, 술집 주인 같은 사람들이죠. 가만 보면 무척 똑똑한 선택이에요. 사람들은 점쟁이 앞에서는 속 고민을 술술 털어놓고, 의사 앞에서는 집안 사정을 다 말하고, 술집에서는 취해서 진심을 흘리니까요. 입을 열게 만들기 가장 좋은 자리에 미리 사람을 앉혀 둔 셈이죠. 심지어 겉으로는 왕을 욕하는 척하면서 진짜 불만 세력을 꾀어내는 정보원도 있었어요. 누가 왕의 적인지 알아내려고 일부러 미끼를 던진 거예요.

정보가 많아지면 새로운 문제가 생겨요. 정보원이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 본 거면 어쩌죠? 한 사람 말만 믿고 움직였다가는 애먼 신하를 벌하거나 헛다리를 짚을 수 있잖아요. 카우틸리아도 이 점을 걱정했어요. 그래서 한 가지 규칙을 세웠어요. 서로 모르는 정보원 세 명이 똑같은 소식을 따로따로 전해 왔을 때에야 비로소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 세 군데서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제야 사실로 받아들이라는 뜻이죠. 우리가 소문을 들어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진짜인지 확인하자"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게다가 그는 정보원을 감시하는 또 다른 정보원까지 두라고 했어요. 믿되, 그냥 통째로 믿지는 않은 거죠.

카우틸리아는 세상을 곱게만 보지 않았어요. 사람은 욕심을 부리고, 신하는 등을 돌리고, 이웃 나라는 빈틈을 노린다고 봤죠. 그래서 그는 "그렇다면 왕은 미리 똑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이런 태도를 흔히 현실주의라고 불러요. 첩보망은 바로 그 현실주의가 낳은 도구였어요. 좋게 보면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는 따뜻한 눈이고, 무섭게 보면 모두를 들여다보는 감시의 눈이기도 했죠. 약 2300년 전 사람이 권력과 정보의 관계를 이렇게까지 깊이 파고들었다는 게 놀라운 점이에요.

카우틸리아는 약 2300년 전 인도에서 '아르타샤스트라'라는 책에 나라 다스리는 법을 빼곡히 적은 사람이에요. 그중에서도 그는 왕의 눈과 귀가 되어 줄 첩보망을 아주 촘촘하게 설계했어요. 정보원을 한곳에 두거나 떠돌게 하고, 종교인이나 상인으로 변장시키고, 세 사람의 말이 맞아떨어질 때만 믿게 했죠. 이 모든 건 사람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한 현실주의에서 나왔어요. 정보를 쥔 사람이 곧 힘을 쥔다는 오래된 이치를, 그는 아주 일찍부터 꿰뚫어 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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